한 나라의 과학기술 능력을 공급하는 3대주체는 산·학·연이다. 산학협동이란 말처럼 산과 학이면 충분한데 한국에서는 언제나 연이 구분되는것은 근대적 의미의 과학기술이 연을 중심으로 발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과학기술하면 연으로만 생각하는 시민이 많은것도 이 탓이다. 연은 정부가 지원, 관장하는 출연연구기관과 국공립연구소로서 산과 학이 미치지 못하는 중요분야를 보완하거나 정부의 책무인 공공영역의 임무를 수행하고있다. 물론 우리의 과학기술 능력은 산·학·연 능력의 총합이다. 우리나라 학의 과학기술 연구개발능력은 80년대이후 급성장하였으나 교수의 강의부담, 연구시설의 부족등으로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크게 낙후되어 있음은 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대학백서에서 자명해졌다. 박사급 고급인력의 80%를대학이 보유하고 있다는 머릿수보다는 이같은 인적자원의 연구여건을 감안할때 학의 실질적공급능력은 아직 20%를 넘지 못한다고 보는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또한 학의 주업무는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이라 연구의 성격면에서도 기초연구에 집중될수밖에 없다.
한편 산의 능력은 최근 기업부설연구소가 급증하고 국가 과학기술투자의 80%가량을 기업이 차지하는등 크게 팽창하였다. 그러나 연구전담요원이 10인 이하인 연구소가 전체의 절반가량이고 박사급 연구원비율은 4%미만이며 연구투자의 절반이상이 상위 20개사에 편중되어 있는데다 투자성격도 40%가량이 자본적지출(일본은 15%)이다. 따라서 산의 능력은 대기업에 편중되고 중소기업은 무기력상태에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연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연은 에너지 환경 복지등 공공분야를 제외하고는 고유영역이 정해져 있는것이 아니라 학과 산의 중간위치에서 국가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빈틈이 생기면 어느 때라도 스며들수있는 「꿀」같은 유동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연의 능력은 국가 총수요에서 학과 산의 능력을 빼고 남은것이어야 하며 이는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기술처 행정의 요체로 언제나 출연기관의 기능재정립이 검토대상이 되어왔고 요즈음에는 정부행정조직의 개편설과 함께 더욱 논란이 되고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국가의 과학기술능력이 산·학·연에 담겨 있는 한 어느 한군데의 의견이 지배해서는 절대로 안될것이다. 다시말해 과학기술의 3대 주체를 효율적으로 종합· 조정· 관장할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처가 출연기관을 산하기관으로 과학재단을 통한 연구비지원등 행정적지원을 학에 해오고 한편 상공자원부가 생산기술연구원등을 통하여 산을 지원하고있다. 그래서 산을 대표하는 경제전문가와 학,연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자와의 의견대립이 많았고 결론은 산에 기울어 있는 경제기획원이나 청와대가 내려왔다고 본다. 이번 정부행정조직의 개편에서는 산·학·연의 총합으로서의 과학기술 능력배양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바르게 인식하고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로는 원·부·처가 있어서 격이 다르게 인식되고있는데 처가 작더라도 그 기능이 범정부적이라면 원이상의 행정력을 갖도록 격상시켜야 한다. 그 한 방편으로는 그 기능을 모든 행정력의 중심인 대통령실에 가깝도록 하는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한 과학기술자의 인식으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총량으로는 발전을 하여 왔으나 국제적 체감으로는 5공부터 계속 내리막 길을 내려오다 금년에야 하강곡선이 멎으려 하지않나 하는 정도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중·장기성을 무시하고 경영실적 위주의 산의 의견에 치중했던 행정력 중심에서의 과학기술 공백에서 비롯되기도 했다.<한국과학기술원 환경 cfc 연구부 책임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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