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어야 행정부 견제 가능”/국민정서 반영 민생문제 주력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과거의 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의 달라진 자세는 국정감사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과거와 같은 무차별 폭로를 줄이고 정책을 따지는 실무형감사에 치중하는가 하면 중진의원들도 소장 못지않는 의욕을 보였다.
물론 민자당의원들도 민주당의원 못지 않는 활동을 했지만 국정감사에서 힘을 발휘하는 측은 역시 야당의원들이기 때문에 야당의 자세변화는 주목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원들이 과거와같은 정치성감사보다는 실무형 감사에 치중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것 같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우선 정치환경의 변화를 들어야한다.
민주당의 김태식총무는 『과거 흑백논리가 지배하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단순한 정치공세로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서 『급변하는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원들의 생존노력이 첫 요인』이라고 밝혔다.
『국민정서가 이제는 노력하는 의원상을 요구하고 있고 의원들이 그런 시대 흐름을 따르고 있는것』이라는 김원기최고위원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의원들도 전문지식이 있어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회기능주의가 우리 정치권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것 같다. 과거처럼 한건식 폭로주의나 알맹이없는 추궁등은 이제 별다른 효력이 없음이 새삼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국감에 앞서 당지도부가 「민생위주감사」를 표방, 의원들의 활동반경을 넓혀준것도 주요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국감때만해도 대선을 겨냥, 문제점을 대충대충 지나쳐야 했고 정치공세를 위해 실제이상으로 「과장」해야 하는 경우도 없지않았던게 사실이나 이번에는 달랐다는 얘기다.
여기에다가 이기택대표가 과거 청산문제를 뒤로 돌리기로 한것도 감사가 실질적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과거사 들추기에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을 민생문제해결과 경제 회생에 돌리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는 국정감사 현장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또한가지 요인은 당과 지도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홀로서기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원들의 위기감이다.
이같은 위기감은 우선 당의 지도력이 취약한 현실, 김대중전대표의 은퇴로 과거와 같은 지역바람이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란 예측등과 관련돼 있다. 또한 앞으로의 불투명한 정치전망과 관련해 최소한 자기 실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과도 무관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신민계출신의원들이 한층 열심인 모습에서도 이같은 관련성은 확인된다.
마지막으로는 여당의원들의 은근한 지원이다. 과거와 달리 여당의원들은 때로는 야당의원들의 질책을 편들뿐만 아니라 아예 주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같은 여당의원들, 특히 민자당 민주계 의원들의 은근한 협력은 공연한 말싸움으로 시간이 흘러가거나 여당의 김빼기작전으로 쟁점이 흐려지던 과거에 비해볼때 야당의원들의 노력의 성과를 드러내주고 있다.
국방위의 경우 신상우위원장과 곽영달의원의 은근한 지원사격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높은 평점을 주는것등이 그 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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