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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생존­수배­사망/장인철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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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생존­수배­사망/장인철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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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훼리호 침몰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이자 현장지휘소가 차려진 위도에서는 사고발생후 주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며칠째 계속돼왔다. 선장 백운두씨(56)를 비롯한 선원들이 살았느냐 죽었느냐하는 논란과 수사본부의 「생존선원 색출및 사법처리의지」발표 때문이었다.

 이로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탄에 젖은 위도주민들은 이웃한 실종선원의 가족들을 원망과 질시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됐고 사고발생당시 한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파도와 싸웠던 인근 어민들은 졸지에 「선원은닉혐의자」로 검경의 추적을 받았다.

 「백선장 생존」을 기정사실화한 수사본부가 내세웠던 근거는 사고선박에 승선했던 이모경사, 사고당일 위도 파장금항에 정박했던 유진호선장과 선원 2명의 진술이었다. 이들의 진술요지는 「사고직후 소속을 알 수 없는 10여톤급 FRP선을 타고 백선장이 위도 파장금항에 들어와 빨간색 모자를 옆구리에 끼고 마을 안쪽으로 걸어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백선장이 살아 있다는 정체불명의 제보까지 잇따랐다. 제보내용만을 종합하면 백선장등은 배와 승객을 버리고 살아남아 어디엔가 꼭꼭 숨어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과 상반되는 진술도 많았다. 이경사와 동승했던 동료경찰관도 상반된 주장을 했다. 25년이상 백선장과 한 동네에 살며 백선장이 모는 배를 이용해온 주민들이 백선장을 보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진실은 백선장이 말없는 시신으로 발견됨으로써 겨우 가려졌다. 그러나 검경의 과욕과 오판으로 사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훼손된것은 또다른 참사로 남게 됐다.

 『백선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민들의 말을 제대로 귀담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불신하고 이를 오히려 백안시 한 점, 바로 그 점이 모두를 뼈아프게 한다.【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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