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화재·삼성증권도 22만주… 내국인중 최대 보유 삼성생명이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 내국인중 최대주주로 부상하는등 삼성그룹 3개계열사가 6월이후 기아자동차주식을 대거 사들인 15일 밝혀졌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6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기아자동차주식 1백65만9천2백80주를 매입하는등 매입 증자 배당분을 합쳐 이 기간중 기아자동차 보유주식이 2백8만9천여주가 늘어났다고 신고했다.
이에따라 삼성생명은 9월15일 현재 기아자동차 전체 발행주식 6천8백39만여주중 5백48만1천여주를 보유, 지분율이 6월초 5.8%에서 8.0%로 늘어났다. 또 그룹계열사인 안국화재와 삼성증권도 7월부터 기아자동차주식을 사들이기 시작, 기아자동차주식 22만여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3개사의 기아자동차주식을 합치면 지분율은 8.34%로 내국인중 가장 높다.
삼성생명이 기아자동차의 대주주로 부상한데 대해 관련업계는 크게 세갈래로 해석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자산운용을 하다 지분을 많이 가지게 됐다는것과 자동차사업 진출에 앞서 기존 자동차업계의 반발 무마용, 또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적대적인 M&A(기업인수 합병)」작업일것이라는 추정등이다.
이중 증권계와 재계는 기업인수합병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대주주로 등장하기까지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은데다 기아자동차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계열사의 그동안의 거래내역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상용차진출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이건희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임직원들에게 『자동차시장 진출기회는 이제가 마지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삼성생명등 삼성그룹계열사들의 그동안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삼성생명외에도 안국화재 삼성증권등 다른 계열사들까지 6∼7월부터 기아자동차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점에서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기아그룹을 사들이려고 하는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6월3일부터 각 증권사를 통해 최대 5만주에서 최소 5천6백주 단위로 매입, 15일 현재 전체 보유주식이 5백48만1천5백81주로 2백8만9천1백34주가 급증했다. 이에따라 지분율이 5.8%에서 8.0%로 높아졌다. 8%의 지분율은 내국인중에서 최대규모다. 기아자동차 주식은 임직원등이 소액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10.64%, 미국포드자동차가 10%, 일본의 마쓰다(송전)자동차가 8%씩 가지고 있다. 또 개인 대주주로는 창업주인 고김철호씨(73년 작고)의 장남인 김상문그룹고문(67)일가가 2.39%를, 김선홍 그룹회장(61)이 0.05%씩 보유하고 있다.
특이한 사실은 삼성생명이 92년10월28일 3천주를 매각한 이후로 단 한번도 기아자동차 주식을 거래(배당이나 유상증자를 제외한 순수거래)하지 않는등 기아자동차에 「무관심」하다가 올6월부터 갑자기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점.
이에대해 삼성증권 조대원이사는 『단순한 자산운용차원에서 기아자동차 주식을 샀다. 삼성의 자동차시장 진출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말부터 일본의「단고」로 자동차수출이 호조를 보여 6월에도 자동차관련주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기아자동차에 대한 투자형태는 결코 범상한 형태라고 할 수 없다. 6월3일 1만주를 매입한 이후 기아자동차 주식을 단 한주도 팔지 않았다. 또 자본금이 3천억원을 넘는 엄청난 대형주에 대한 소유지분이 5%를 상회할 정도로 「외통수」로 집중매수하는 일은 기관투자자의 자산운용관례에 비추어 극히 이례적이다.
안국화재와 삼성증권도 7월부터 기아자동차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6월말 현재 기아자동차 주식을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던 안국화재가 18만8천여주를, 삼성증권도 7월말이후에 3만2천주를 매입했다. 이들 3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5백70만1천여주로 지분율은 8.34%에 이른다.
증권계는 『삼성그룹이 현재 드러난 지분만으로는 기아그룹을 인수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그러나 당국이 반대하지 않고 삼성이 포드등 외국합작사나 우리사주조합 또는 창업2세인 김고문등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그룹인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관례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나 법상으로는 의결권행사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 무리를 한다면 삼성생명등이 기아자동차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아측은 『단순한 투자로 보기엔 삼성측의 매입규모가 너무 크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면 기업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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