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보호망 없이는 주둔 곤란”/서방주요국 철군 도미노 예상/「아이디드」까지 휴전 제의… 유엔 안팎 “궁지” 유엔의 소말리아평화유지활동(UNOSOM2)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빌 클린턴대통령이 지난 7일 소말리아주둔 미군의 철군시한을 내년 3월말로 못박자 유럽각국이 잇따라 자국군철수방침을 발표, 유엔의 구호활동은 이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유엔활동을 방해해온 소말리아 최대군벌인 모하메드 아이디드가 미군의 철수발표에 맞춰 전격적으로 휴전을 제의하고 나서 유엔은 안팎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UNOSOM2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은것은 클린턴대통령의 7일 발표이다. 그 골자는 미군의 내년 3월말 철수와 소말리아사태의 정치적 해결방침이다. 클린턴이 소말리아작전의 「제2의 베트남화」 우려여론에 굴복한것이다. 뒤이어 9일에는 미국의 오클리특사가 에티오피아에 도착, 소말리아내전 파벌간의 평화협상을 중재했던 멜레스 에티오피아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는 UNOSOM 최고책임자인 하우유엔사무총장특별대표와도 만났다. 오클리특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아이디드간의 직접대화와 지난 6월의 파키스탄군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기관설치 가능성을 타진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의 소말리아정책변경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엔의 깃발아래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한 유럽각국이 이후 소말리아정책을 재검토하게 된것이다.
유엔측 자료에 따르면 유엔의 깃발아래 소말리아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병력은 33개국 2만8천9백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군은 4천6백여명인데 클린턴의 발표대로 1천7백여명의 전투병력을 포함, 지원부대 5천여명이 증파되면 1만명수준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도아지역에 약1천1백여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프랑스는 내년 1월15일까지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벨기에도 올12월에 수도 모가디슈 남쪽 키스마우항에 주둔한 자국군 약1천여명의 철수를 시작할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는 르완다의 평화유지활동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결국은 소말리아내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게 분명하다. 소말리아에서 야전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측도 오는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지원병력 1백50여명을 철수시킬것이라고 선언했다. 뒤이어 전후 해외에 처음 파병한 독일과 이탈리아도 자국군의 철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목표는 미국이 소말리아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전에 먼저 발을 뺀다는것이다. 이는 클린턴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진전이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1단계군사작전(UNOSOM1)을 완료한 뒤 일부 기동타격병력만은 남겨놓았다. 소말리아주둔 대부분국가들은 미군이 주도하는 군사보호망아래서 마음놓고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때문에 미군이라는 가장 확실한 보호우산이 사라진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철군발표에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측은 유엔이다. 유엔은 일단 미국등 서방군이 빠져나간 공백을 파키스탄 이집트등 제3세계국가의 군대로 보충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앞으로의 활동에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 유엔관리들은 『평화유지군에 대해 1명당 매달 9백88달러를 지불하고 전문기술자나 장비등에 대한 추가경비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3세계국가들은 파병을 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새로 파병될 병력에 문제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선 보충병들의 군사능력이다. 파키스탄이나 이집트등 제3세계출신병력은 미국등 서방군과 같이 잘 훈련되지도 않고 군사장비도 충분하지 못하다. 이들은 미국의 무장헬기나 탱크의 지원을 받지못하면 개인화기로는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해낼수없다는 우려다. 유엔의 한 관리는 『현재 각각 6천명과 4천6백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파키스탄과 인도군은 소말리아에서의 평화유지활동에는 미흡한 무장상태이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유엔측과 미국이 아이디드파에 대한 무차별공습과 아이디드검거령이 내린 계기가 된 지난 6월 유혈충돌도 경장비로 무장한 파키스탄군이 공격대상이었다.
또한 유엔측은 이들병력마저 충분히 지원할 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현재 약10억달러정도의 기금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참여국들에 지불한 경비의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집트 튀니지등은 이미 수당을 받지못할 경우 여러활동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유엔측에 통보해놓고 있다.
유엔은 냉전체제이후 국제분쟁해결에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정의보다 돈」이라는 범세계적인 자국이기주의에 밀려 평화유지활동에 고비를 맞고 있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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