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절차없는 자료 일체거부/신상품개발 박차·누설 처벌 강화/담당직원도 금융정보 접근 차단 은행들이 고객의 금융거래에 대한 「절대비밀보장」을 선언하고 나섰다.
『금융거래내역을 과세자료로 삼지 않는다』『마그네틱 테이프의 국세청제출을 당분간 유보한다』『예금주에게 자금출처조사 사실을 반드시 통보한다』 는등 정부의 거듭된 의지표명에도 불구, 실명제실시 이후 큰손들은 물론 일반서민들조차 금융거래를 꺼리자 은행들의 고객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적극적인 비밀보장책 마련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금융거래노출 공포증」을 걷어내지 않는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성확보는 물론 장기적으로 예금 유치가 어려워질것이라는 위기감마저 은행가에 맴돌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실명제이후 은행들은 일반인의 거래조회문의는 물론 수사당국의 금융자료 제출요구조차 적법절차를 밟지 않는한 거부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또 고객들의 금융정보 유출방지를 위해 직원교육 및 전산체계를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비밀보장을 앞세운 금융상품 개발과 언론매체를 통한 광고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거래비밀보장에 관한 내규는 항상 있었지만 당좌수표나 어음을 갖고 있는 채권자들이 평소 아는 행원을 통해 발행자(채무자)의 부도경력과 신용상태등을 물어올 경우 관련금융정보를 쉽게 알려주는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실명제시행과 함께 비밀보장원칙이 긴급명령으로 규정되면서 은행들은 사적 채널을 통한 정보누출은 물론 국세청과 검·경찰등 사법당국의 자료요청도 법적요건을 갖추지 않는한 거절하고 있다.
최근 S은행은 주민등록번호와 성명만으로 자기은행고객의 거래내역을 조회해온 한 지방국세청에 대해 『긴급명령에 규정된 특정점포를 지정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영장없이도 쉽게 「업무협조」가 이뤄지던것에 비하면 불과 수개월만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전에 없던 독특한 비밀보장방법도 은행별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밀번호없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는 해당점포담당자를 제외한 어떤 영업점에서도 고객들의 거래내역을 뽑아 볼 수 없도록 아예 전산망프로그램을 교체했다.
하나은행은 본점과 영업점에 「비밀보장전담반」을 발족시킨데 이어 예금주 본인만이 돈을 지급받을 수 있고 해당지점장외에는 계좌조회가 불가능한 비밀보장상품 「하나안전구좌」를 개발,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씨티은행은 현금카드발급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등을 은행원이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고객이 컴퓨터에 입력해 담당직원이라도 고객금융정보를 찾아 볼 수 없도록 했다. 동화은행은 앞으로 발급하는 통장과 증서에 비밀보호문구를 인쇄할 예정이며 보람·대구은행은 확실한 비밀보장서비스를 강조한 신문광고까지 게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현재 실명제실시후 고객정보 보호에 관한 직원교육과 처벌내규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조만간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고객비밀보호와 관련된 결의문채택등 공동사업을 추진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간부는 『실명거래와 개인금융정보보호는 금융실명제를 떠받치는 두 축이다. 앞으로 비밀보호제도의 확립여부는 금융기관의 고객관리는 물론 신뢰성과 자율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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