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공동성명 채택 주목/일본인 시베리아억류 공식사과도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의 방일은 북한핵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러양국은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의혹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협정준수와 핵확산금지에 관한 의무이행을 촉구했다.
북한이 과거 핵개발계획에서 기술지원을 받았던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측의 요청에 순종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핵문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압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계기가 된것은 분명하다.
한편 양국현안을 다룬 일·러 정상회담은 옐친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북방영토문제와 경제지원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벌인 담판에서 옐친은 여우의 지혜에 비유될만큼 교활한 술책으로 일본측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하면서 러시아가 목표로 했던 경제지원의 약속을 얻어냈다.
양국정상회담은 초반부터 옐친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진행됐다. 옐친은 출발에 앞서 모스크바공항에서 『일본측이 영토문제를 거론치 않기를 희망한다』며 선제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12일부터 진행된 일련의 행사에서 일본측이 예기치 않았던 발언을 잇따라 터뜨려 일본정부관계자는 물론 국민들의 넋을 빼놓았다. 옐친은 일본국왕과의 회담에서 2차대전직후 일본인 시베리아억류문제에 대해 소련·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식사과했다.
이어 확대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는 일·소간에 체결한 합의와 조약은 어떠한 문제에 관해서도 이행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며 영토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옐친은 『영토문제는 언젠가는 해결을 해야하지만 해결을 위한 대화의 시점은 양국간의 관계발전에 달려있다』고 꼬리를 달았다.러시아측은 그대신 일본의 경제협력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사할린석유천연가스개발, 석탄수출, 제4차 극동산림개발프로젝트등 구체적인 사업의 이름을 거명하며 일본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곳 외교평론가들은 『여우(옐친)와 너구리(호소카와)의 연기대결에서 너구리가 여우의 덫에 걸린 꼴이어서 일본은 북방영토 해결을 위해 상당기간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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