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경제지원책도 제시안해/북방 영토문제 점진적해결 희망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방일을 맞은 일본에서는 최근 유혈사태를 초래한 그의 처신에 비판적인 시각이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옐친이 의회 보수파를 무력 진압한데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북방영토문제와 제2차대전시 소련이 일본인들을 시베리아에 억류한 문제등도 짚고 넘어갈것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도 『할 얘기는 하겠다』는 자세인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주요안건들을 정리해 본다.
일본을 비롯한 서방 선진7개국(G7)은 지난 6일 러시아유혈사태에 대해 『다수의 희생자가 난것은 유감이지만 구의회 보수파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옐친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바 있다.그러나 의회에 대한 군사력행사는 인도적인 관점에서 있을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옐친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고 일부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등 민주절차를 무시하고 초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그간 옐친이 두번이나 방일을 취소해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자민당측은 『의사당에 대포를 쏘는 사람을 어떻게 민주적인 지도자로 볼수 있는가.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는 인사에게 일본이 무조건 지지를 보낼수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호소카와총리는 당초 유혈사태에 관한 논의는 피할 구상이었으나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일본측의 대응을 세계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이를 의제로 올려 유감표명과 함께 옐친대통령에게 사후처리와 향후 민주화 일정등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줄 방침이다.
북방 4개섬의 주권을 확인한후 평화조약을 체결, 양국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점진적으로 해결하자는것이 일본의 기본입장이다.
일본은 옐친의 등장후 북방영토문제에 기대를 걸었으나 그의 방일취소 이유가 이 문제 때문임을 확인한 이상 새로운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체결후 하보마이(치무) 시코탄(색단) 2개섬을 일본에 인도한다』고 선언한 56년 일·소공동성명(하토야마총리와 볼가닌총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북방 4개섬 문제를 인정했던 91년 가이후(해부준수)―고르바초프간의 일·소공동성명을 재확인 하는 선을 희망하고있다.
그러나 러시아측은 북방영토문제는 차세대로 넘기겠다는 생각인데다 이 문제를 문서로 남기는것도 꺼리는 입장이어서 「도쿄선언」에 언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2차대전후 소련군에 의해 60만∼70만명의 일본인이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면서 6만여명이 사망했는데 이것은 북방영토문제와 함께 장기간 양국관계 해결에 「목엣 가시」로 작용해왔다. 91년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방일때 하바로프스크의 일본인 묘지에 헌화하고 일본에서 「동정의 뜻」을 표시했으나 당시 억류자와 유족들은 「분명한 사죄」를 요구한 바 있다.
옐친은 『그것은 과거 군부가 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진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의 시장경제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의 대외채무상환액중 94년도분에 대해 상환연기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일본은 연내에 개최될 예정인 주요채권국회의(파리클럽)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여타국가들도 이에 동조해줄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러시아가 내년도에 갚아야 할 채무액은 1백억달러정도이며 그중 대일본채무는 10억달러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별도의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고 G7국가들이 공동원조키로 한 범위내에서 협력하겠다는 자세다. G7은 지난 4월 외무·경제장관회의에서 4백30억달러의 러시아지원책을 결정한 바 있다.
일본은 러시아경제지원을 기본적으로 북방영토문제와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영토문제에서 양보하지 않는 한 개별지원을 할 생각은 없는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양국은 쌍무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한 세계정세를 논의한다. 특히 한반도핵확산을 우려하는 양국입장을 합의문서로 발표할 예정이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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