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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시작/이문희(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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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시작/이문희(화요칼럼)

입력
199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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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분이 시작했는지 우리 관가에는 묘한 행사가 관행처럼 된것이 있다. 새로 장관이나 기관장에 취임하면 력대선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접하는 일이다. 이럴때면 으레 줄줄이 모여서서 사진을 찍고 신문들은 대개 빠지지 않고 이를 보도한다. 이런 행사를 갖는 스타일도 구구각각이다. 취임하자 마자 「현안1호」라도 되는 것처럼 선배들을 모시는 형이 있고 적당한 때 예의를 차리는 형, 아예 묵살형도 없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런 사진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것은 이런 타이밍에 있지 않다. 사진속의 면면들이다.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도 있고 함량미달의 억지춘향도 있다. 평생을 지녔을 가치를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내던진 변절형, 주구형도 있고 나름대로 현실과 당위의 타협을 이뤄보려 애쓴 고뇌형도 있다. 군사지배, 권위주의라는 시대의 대전제가 있었음에도 사람 됨됨이에 따라 자기자리를 지키는 길에 있어서는 이렇게 다를수 있다는 것을 이 사진들은 잘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럼 새정부의 각료, 요직자들은 먼훗날 어느 예절바른 후배가 이런 「력대」의 자리를 마련했을 때 어느 반렬에 해당하는 분들일까. 격랑과도 같은 지난 8개월을 다같이 헌신했고 똑같이 정통성있는 문민정부밑에서 봉사했지만 다같은 대접은 받기 어려울것이다. 이것이 지금 개혁 출범팀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고 당자들 스스로도 유념해야할 사항이다.

○개혁 제2라운드

 지난 8개월은 아마 우리 역사에 전무후무한 변혁의 기간으로 기록될것이다. 물리적 시간은 비록 8개월이었지만 우리사회, 개인이 부담해야했던 체감의 시간은 아마 8년, 80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엄청난것이 변했고, 변하는 기초가 마련됐다. 사정에서 시작하여 재산공개, 실명제에서 그것은 절정을 이루었다. 이제 제2라운드를 위한 과감한 전환을 시도할 때가 온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혁에 후퇴가 없음을 누누이 못박고 있다. 그자신 개혁대통령으로서 초지가 훼손되는듯 전해지는것처럼 불쾌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개혁은 이미 김대통령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시작은 비록 그가 했지만 이미 그것은 국민의 것, 무궁한 나라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사람들 심중에서 솟아나고 있다. 그래서 개혁의 진로를 과거형에서 미래형으로 바꾸자든가 바깥세상에도 눈을 돌리자든가 하는 개혁에 관한 주문들을 너무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

 경제도 살려보고 국제사회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으면서 이 나라를 바로 세울수 있다면 그길을 택해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무조건 반개혁시하는 편협함도, 이런 기운을 틈타 기득세력이 고개를 들면 어쩌나 하는 소심함도 모두 공연한것들이다. 개혁은 이미 대세이기 때문이다.

 개혁의 제2라운드가 어떤 모양으로 전개될것인가가 지금 관심사이다. 분명한것은 그것이 전진으로 표현되든 도약으로 표현되든 비전과 가능성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더 격렬한 개혁을 했으면서도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러시아의 경우가 그것을 생생히 설명해주고 있다.

 다음 단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변환이 필요하다. 소외없는 광범한 참여를 유도하는 일과 이 일에 걸맞게 분위기의 쇄신을 기해주는 일이다.

○소외없는 참여를

 똑같은 집에서도 도배를 다시하고 가구를 바꾸고 하는것처럼 나라운영에도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는 세팅이 필요하다. 팀의 면면도 새롭게할 필요가 있고, 더 정확히는 팀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용을 언제, 어떤 식으로 바꾸느냐는 전적으로 팀장의 판단이다. 마치 야구감독이 투수의 교체시기를 고심하며 결정하는것과 같다. 함부로 바꿔치면 팀웍과 사기를 그르치고 란조가 역력한데도 고집하면 승리를 그르칠수가 있다.

 좀더 광범한 참여란 제2라운드의 핵심사항이다. 1라운드가 과거청산, 과거배척이었다면 2라운드는 동참의 저변확대, 포용의 라운드가 돼야할것이다. 인재의 등용폭도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 「개혁성분」에 얽매여 끼리끼리의 배타적 재생산만 해나갈것이 아니라 타혈통도 참여시키는 품질개량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도 언급했던 「력대」들도 마땅히 그 대상의 하나가 돼야 할것이다. 그들은 천차만별의 과거기록을 가진 집단이지만 그중에는 그 시대에 발탁됐다는것 외에는 흠을 더 잡을 수없는 전문인사들도 없지않다. 그간의 사정, 재산공개로 사람에 관한 어지간한 데이터들도 이제 공개될만큼 공개됐다.

 과거와의 타협이 아니라 더 넓은 개혁기반의 구축을 위해 문을 연 포용의 시작이 제2라운드에선 엿보여야 한다.【편집당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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