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민속학자 임석재씨 66년 집념 결실/20∼90년대 2천7백여화 수록/구술 철저히 채록·사투리 살려 한 원로민속학자의 필생의 땀과 집념이 배어 있는 「한국구전설화전집」(전12권·평민사간)이 완간됐다. 90세의 노학자 임석재씨가 모든 정성을 기울여 펴낸 이 전집은 민간차원에서 집대성한 최대의 구전설화 자료집으로서, 아무리 높이 평가받아도 부족함이 없을것이다. 전집에는 2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저자가 수집한 전국의 구전설화 2천7백여화가 수록돼있다.
특히 87∼89년에 발간된 제4권까지에는 평안남·북도, 황해도, 함경남·북도, 강원도등 북한지역의 구전설화(9백75화)가 실려 있어 이 분야의 귀중한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수록된 설화들이 철저하게 구술을 채록했다는 점과, 사투리를 살렸으며 각 자료마다 구체적인 출처를 기록했다는 점이 또다른 특색으로 꼽히고 있다.
전집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 민족문화의 한 원형을 제시한 소중한 자료집이다.
임석재씨가 이 작업을 시작한것은 1927년부터였다. 당시 경성제대 법문학부 심리학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설화수집에 나섰다. 설화에는 민족의 문화나 생활모습이 가장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년대 평북 선천 신성중학교 교사로 근무할때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면서 설화 민요 자료에 대한 수집을 계속했는데 계훈제씨등이 성실하게 채록작업을 해 칭찬을 받은 일화가 있다.
이후 서울대 사범대, 숙명녀대, 중앙대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그의 채록작업은 계속됐는데 80세가 넘은 7,8년전까지도 녹음기를 들고 전국을 도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6·25전쟁 때는 다른것을 모두 포기하고 설화자료만 짊어지고 피란을 떠났을 정도로 자료에 대한 애착은 컸다.
그러나 그는 근 60여년 동안 이 귀중한 자료를 보관만 하고 있었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상 좀더 많은 자료를 좀더 완벽하게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집을 사투리로 조판하되 한 자라도 임의로 고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출판조건을 충족시킬만한 출판사도 없었다.
결국 82세때인 85년부터 이 전집의 집필작업을 시작해 8년만인 올해 대미를 장식했다. 평생 수집한 설화 내용이 원고지 5만장의 분량에 이르렀다.
81년부터 현재까지 굿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등 평생을 우리문화 연구에 바친 그는 『우리 민족의 모습과 상상력이 담긴 설화가 여러가지 예술적 형태로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 이 책에 수록된 설화의 채록자인 북한에 있는 내 제자에게도 이 전집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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