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사라지고 사안따라 칭찬도 7일 주일 한국대사관저에서 공로명대사와 대사관간부들이 저녁을 함께했다. 6, 7일 이틀간 국회외무위원들의 국정감사 결과를 자체평가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이런 자리에선 흔히 감사도중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내세워 큰소리만 쳤던 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날은 『세상이 정말 변했다』『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점잖은줄은 처음 알았다』는등 감사반원들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
재외공관을 감사하는 의원들은 외유기분에 들떠 낮에는 감사장에서 호통을 치면서도 저녁에는 멋있는 술자리를 찾게 마련이라는것이 주재관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지난해 역시 만찬이 끝난후 대사관측에서 별도의 술자리를 마련했고 감사반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에 응했다.
첫날인 6일 감사가 끝난후 공대사가 대사관저에 마련한 만찬장으로 안내하려하자 일부의원들은 『감사도중 대접 받는것은 모양이 이상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단장이 『이미 준비한 음식을 어떻게 하느냐. 관저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돌아보는것도 공부』라고 동료의원들을 설득, 가까스로 만찬이 이뤄졌다.
대사관측에선 당초 별도 술자리는 만찬분위기를 보아가며 대응할 생각이었으나 저녁 접대마저 꺼리는것을 보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만찬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의원들은 지난 1일 대사관저에서 일본의 정·재계인사들과 주일외교사절, 민단관계자들을 초청해 마련했던 「국경일 기념리셉션」을 예로 들면서 『경비절감도 좋지만 효과적인 외교활동상 예산이 부족하면 도와줄테니 기탄없이 얘기해보라』고 격려했다.
국경일 기념리셉션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초고급 제국호텔에서 개최했으나 올해는 경비를 반으로 줄이면서도 호평을 받았었다.
대사관 간부들은 『금년들어 경비절감 차원에서 손님접대를 할때도 종전 1, 2차로 하던것을 1차에서 식사에 술을 곁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측면지원 제의를 사양했다.
이번 국감이 종래와 달랐던것은 여야의원 없이 따질것은 따지고 잘한것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모습이었다.
예컨대 몇 달전까지 한일간의 최대 현안이었던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 야당의원이 개념파악을 잘못해 공대사를 윽박지르며 외무부의 공식입장과 다른 답변을 강압적으로 유도하려는 장면이 있었으나 또 다른 야당의원은 『종군위안부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원만히 해결됐다고 본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7일 저녁 감사활동이 끝난후 한 야당의원은 『이번 일본 방문에선 호텔과 대사관만 오가는것으로 끝났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섭섭한 감정은 이곳 주재원들에게 국회의원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는 것으로 충분히 보상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엔 감사활동차 온 의원들이 특파원들을 식사에 초대한 후 계산서를 대사관측에 떠넘긴 경우도 자주 있어 의원들에 대한 이미지가 형편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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