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동양학」의 왜곡된 실체 해부/침략정책에 악용된 실례 등 제시/서양인의 맹목적 우월의식 비판 근세 초기 이 나라를 찾아왔던 서구인들의 견문록을 읽어보면 그들의 눈에 투영된 이 땅의 백성들이란 마치 원숭이나 저능아 같아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도무지 우리 자신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인것이다. 최근 한국일보에 연재된 병인양요(병인양요)에 대한 리델신부의 실록을 보아도 그러한 느낌을 벗어나기 어렵다.
프랑스제독은 대원군이 협상을 했다가는 목숨을 잃을까봐 저항하고 있는것으로 판단하고 목숨만은 살려줄테니 선교사를 처형한 군수를 넘겨 달라고 편지를 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인식인가!
어쨌든 이러한 선입관으로부터 동양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중국학·한국학이 성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면… 그 학문의 이면에 잠복하고 있는 편견·우월감·지배욕 같은것들의 존재를 우리는 능히 상상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푸코의 말대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객관적 학문이란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른바 서구의 동양학은 객관적 학문의 미명하에, 지식과 권력의 함수관계에 따라 열강의 동양정책에 봉사하여 왔다. 오늘날의 중국 및 한국에 대한 정책, 중동에 대한 정책은 바로 이 근대초기 서구의 식민주의와 결합하여 성립된 동양학과 긴밀한 상관이 있는것이다.
콜럼비아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저명한 문학이론가인 사이드(Edward W Said)는 그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통하여 역사이래 서구의 동양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그것이 근대 이후 학문영역으로 성립하여 서구의 동양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해 왔는가를 상세히 고찰하였다.
그에 의하면 오리엔탈리즘이란 단순한 동양주의가 아니라 서구인의 입장에서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위압하기 위한 특정한 스타일이다. 이 책에서 사이드는 동양을 신비적이고 감각적인 대상으로만 파악하고 야만시했던 서구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동양을 자각불능의 낙후한 사회경제 상태(아시아적 생산양식)로 진단한 마르크스마저도 어쩔수 없는 오리엔탈리즘 계승자로 분류한다.
사이드의 이러한 준엄한 비판은 주로 그의 고국이었던 팔레스타인 및 아랍권에 대한 문화적 정치적 편견과 억압에 대응해 행해진것이지만 동병상련이라 할까. 같은 입장에서 우리는 한국에서의 동양학을 반성하기 위해 사이드의 논리를 유용한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일제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한국에 강요한 역사가 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똑같은 학문의 객관주의를 내걸고 제국대학의 동양학을 통하여 전통학문의 말살을 기도하였던것이다.
혹 우리의 중국학은 그 당시 얻은 반사적 이익을 아직도 누리고나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중국학의 방향부재 현상은 바로 일제식의 오리엔탈리즘의 후유증이 아닐까 하는, 감히 그동안 학계에 내놓기 어려웠던 발언이 가능해진 것은 바로 사이드의 책 덕분이다.
이 책은 국내에 이미 번역본이 나와있다. 박홍규교수의 힘있는 역문과 꼼꼼한 주석, 그리고 강개(강개)한 어조의 해설은 사이드의 원문 너머 또다른 시사를 우리에게 준다.<정재서·이화여대·중문학>정재서·이화여대·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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