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21불로 끌어올리자” OPEC 심상찮은 움직임/최근 제네바회담서 감산 합의/이란·사우디 공조… 세계 긴장 「원유가를 배럴당 21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겨울철 성수기를 눈앞에 둔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73년10월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던 1차 오일쇼크이후 꼭 20년만이고 배럴당 무려 34달러까지 치솟았던 제 2차 오일쇼크이후 11년만이다. 원유가의 10년주기폭등설과 세계최대의 석유카르텔0PEC의 회생 몸부림으로 미루어 올해 제3차 오일쇼크가 도래할 지 모른다는 게 각국 석유관계자들의 우려다.
OPEC는 지난달 30일 제네바에서 가진 회담에서 올 4·4분기의 하루 총산유량을 2천4백50만배럴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3·4분기 총산유량 목표기준인 2천3백60만배럴보다 90만배럴이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국제유가시장에 유통되는 OPEC 산유량보다는 20만배럴가량이 감소된 양이다.어떻게 해서든 공급과잉을 막아 더이상의 유가하락을 막아야한다는게 OPEC의 감산배경이다.
○1차쇼크 20주년
이번 감산합의는 단기적인 유가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런던 원유시장에서 배럴당 16달러29센트 하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6일 17달러25센트로 96센트가 올랐고 두바이유 현물가는 석유감산합의이후 배럴당 60센트가 오른 14.98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이번 감산 조정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OPEC내 산유량 1·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공동보조이다. 그간 OPEC의 정책결정을 놓고 강·온으로 엇갈려 불협화음을 빚어왔던 이란의 하셰미 라프산자니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국왕이 유가인상및 OPEC의 카르텔기능회복을 위해 뜻을 같이한 것이다. 양국정상은 전화통화를 통해 유가현실화를위해 공동노력키로 하는등 매우 이례적인 화해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OPEC는 그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등 부유한 산유국과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등 빈곤국으로 나뉘어 심각한 내분을 겪어왔다. 빈곤국은 산유량을 줄여 원유가를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등은 안정된 외화수입을 위해 일정가격을 유지해야한다고 맞서왔다. 때문에 OPEC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 산유량과 가격통제의 고삐를 놓치고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
이번 감산합의는 이러한 대립이 계속될 경우 OPEC가 카르텔로써 기능을 상실하거나 붕괴돼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최근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있는 국제원유가를 우선 지난해 10월의 배럴당 21달러수준으로 끌어올려야 OPEC가 카르텔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카르텔붕괴 우려
OPEC회원국은 물론 비산유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OPEC체제의 와해이다. OPEC가 무너지면 단기적으로는 산유국의 석유공급과잉으로 유가가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유생산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에는 원유공급 부족으로 인한 제3의 오일쇼크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알리오 파라 전OPEC의장은 『3차오일쇼크가 온다면 그원인은 OPEC의 붕괴일것이다. 이는 산유국이나 비산유국 모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게 틀림없다』고 예견하고있다.
이와관련, 헬가 슈테그 국제에너지기구(IEA)사무총장은 2일 일본의 공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유가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가조절에 관한 산유국의 대OPEC 불신과 중동및 러시아의 정치불안이 맞물려 또한차례의 대폭적인 유가앙등 요인이 될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위해서는 OPEC가 카르텔로서의 기능을 유지해야하며 이를 위해선 석유가의 일정수준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러나 OPEC가 현단계에서 배럴당 21달러수준의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벽이 많다.
우선 이란 나이지리아등 일부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준수여부다. 이들은 그동안 대폭감산을 통한 유가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외화수입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위해 합의사항을 무시하곤 했다.
○수요증가세 주춤
이번합의가 실효를 거두기위해서는 이들국가와 함께 걸프전 전후복구사업에 나선 쿠웨이트의 쿼타이행이 가장큰 과제로 꼽힌다.
또 걸프전발발과 동시에 석유금수등 경제제재를 당하고 있는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여부다. 유엔측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조건부 석유수출제안을 내놓았지만 이라크측은 무조건재개를 고집해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다급한 처지에 있는 이라크는 명분만 주면 유엔안을 받아들일 태세다.
국제에너지환경도 큰 벽이다. 선진국의 석유수요가 현재로선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오는 94년부터 갤런당 4.3센트를, 유럽공동체(EC)는 배럴당 3달러50센트의 에너지세를 부과할 방침에다 산업자동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적 추세때문이다. 일본의 미쓰비시 석유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석유 소비량의 증가는 79년 하루 6천5백50만배럴에서 90년도에는 불과 70만배럴이 증가한 6천6백20만배럴에 불과하다. 비약적인 국제경제의 부흥과 전반적인 생활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석유소비량은 같은 기간동안 1.06% 증가에 멈춘것이다.
또한 90년대 세계석유 수요신장도 1.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OPEC는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OPEC가 어떻게 카르텔체제를 추스려 유가를 유지시켜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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