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장 가족 낚시 날벼락/상사에 좌석양보후 구사일생도/전산망총괄 육군장교 11명포함 ○…사고가 난지 만 하루만인 11일 상오 11시께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일리 송이도앞 2㎞해상에서 사고선박의 25인승 구명보트가 빈 채로 발견돼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부근에서 유자망으로 조업중이던 「대평호」선원 김호곤씨(30)에 의해 발견된 이 구명보트에는 검은색 페인트로 「서해훼리호」란 배이름이 선명하게 씌어 있었다.
○…위도 파장금 마을회관등에 안치됐던 희생자들의 시신이 옮겨진 군산 공설운동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1천2백여명의 유족들이 오열을 터뜨리며 시신들을 인수했다.
유족들은 처음 모였을때는 사고가 실감 나지 않는듯 다소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상오 9시50분께 시체10구를 실은 CH4 경찰헬기를 선두로 헬기와 해경함정들이 시신을 속속 운구해오기 시작하자 주변은 갑자기 울음바다가 됐다.
○…해군함정 7척과 경찰경비정 10척을 비롯, 수십척의 소형선박과 작전용 고무보트등이 동원돼 시체인양작업을 벌인 이날 사고해상 일대는 마치 대규모 해상합동훈련을 방불케했다.
시체인양및 운구작업에는 해군UDT요원 40명, 육군공수부대원 40명, 해경 18명등 98명이 동원돼 이날 하루동안 58구의 사체가 헬기로 군산 공설운동장으로 옮겨져 군산·이리·전주·청주등지로 운구됐다.
○…서해훼리호에는 56명이나 되는 청주와 인근 충북지역 사람들이 승선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최근 이지역에 불기 시작한 바다낚시붐 때문이었다는것.
이들에 의하면 충북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도로 그동안 민물낚시에 식상한 사람들이 3년여전부터 갑자기 직장낚시동호인회를 구성, 가깝고 경치 좋은 서해안으로 1박2일 코스의 바다낚시를 다녀오는것이 유행처럼 번졌다는것.
승선자 56명중 19명은 구조되고 나머지 37명은 사망 또는 실종됐는데, 특히 청주시 송정동 청주공단내 동일방직낚시회 회원7명의 경우 올해 처음 바다낚시를 떠났다가 모두 실종된것으로 알려져 관계자들을 안타깝게했다.
○…지난2월 청주중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조규탁씨(66·청주시 분평동) 일가족 10명은 3남2녀와 며느리, 사위등 가족들이 대전·충북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 2월 조씨가 정년퇴임한 것을 축하하기위해 어렵게 모여 낚시를 떠났다 이중 4명이 사망하는 참변을 맞았다.
○…공정거래위 총괄정책국 간부들이 집단 참사를 당하자 경제기획원직원들은 『운명의 장난이 작용한것 아니냐』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낚시를 갔던 13명중 구성회사무관 김원준사무관 최현철주사등 3명은 서열이 낮아 객실에 들어갈 수 있는 좌석표를 상관들에게 양보하고 입석표로 승선, 갑판위에 있다가 생존했다.
또 총괄정책국의 수석사무관인 김영동씨는 국의 단체행사에 당연히 참석해야 했으나 중병을 앓고 있는 노모를 간병하느라 참석지 못해 『어머니가 아들을 살렸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또 공정위에서 낚시광으로 통하는 조원웅사무관은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체질이라 배를 타고 가야하는 이번 낚시에 불참했다가 화를 면했다. 김형배사무관은 사고전날인 9일 결혼해 신혼여행중이었다.
○…집단 참사를 당한 승객중에는 육군의 전산망관리와 소프트웨어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육본 기획관리참모부 전산처 운영체계과 소속 컴퓨터 전문장교6명을 비롯한 현역장교 11명이 포함돼있는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운영체계과 소속 희생자는 김종훈대령(44·육사28기·미오클라호마대전자계산학박사)과 송화달중령(40·육사33기·미애리조나주립대전산학박사),박인섭소령(37·학군15기·고려대전산학박사),김세경중령(40·육사32기·미해군대석사),강남수소령(39·기술행정사관3기·동국대석사),김상규대위(33·학군32기·국방대학원석사)등 6명이다.
이들외에도 전산장비체계과 소속 이주갑중령(28·육사35기·미애리조나주립대전산학박사)등 5명의 장교도 포함돼있는데 이들은 지난 4일∼6일 국방부의 93년 육군전산망관리평가에서 우수평가를 받은뒤 오랜만에 위도로 단체낚시를 떠났다 모두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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