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후 권력안정성 과시/경제·무역 등 지원문제도 논의/러-일관계재정립 「도쿄선언」서명 예정도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이 11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한다.
옐친은 방일중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쿄선언에 서명할 계획인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역사상 최초의 문서가 될 이 도쿄선언문에는 과거 양국간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앞으로 협력강화를 위한 지침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이 솔로비예프러시아외무부아·태총국장은 『도쿄선언은 양국간의 선린우호관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것』이라며 『러시아는 북방4도등 영토문제와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도쿄선언에는 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등 국제문제에서 양국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될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은 경제, 무역 과학 및 기술분야에서의 협력과 우주개발 및 평화적 이용에 관한 문제도 합의할것으로 알려졌다.
옐친의 방일에는 3가지 목적이 있다는것이 아오야마(청산)대의 하카마다 시게키교수의 분석이다. 즉 ▲현재 일본을 방문해도 북방영토문제에 대해 일본이 강한 요구는 할수 없을것이란 판단과 ▲서방선진7개국(G7)중 강력한 힘을 가진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최근 국내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면서 권력의 안정성을 내외에 과시할수 있으며 ▲어려운 국내사정에도 방일약속을 지킴으로써 2차례 방일계획 취소로 인한 일본국민들의 감정을 누그러지게 할수 있다는 생각이 작용한것이란 설명이다.
옐친의 2차례 방일취소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일본은 이번에는 내심 방문을 바라지 않았다. 이유는 일본이 대러시아관계에서 가장 관심사항인 북방영토교섭에 손을 댈수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호소카와총리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옐친대통령은 매우 곤란한 국내사정을 안고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에(영토문제에 관해) 무슨 성과가 나오는것을 기대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옐친의 방문을 앞두고 사전의견 조정을 위해 이곳에 와있는 러시아의 한 고관은 영토문제에 대해 5단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5단계론은 ▲러시아가 영토문제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선언 ▲북방 4섬을 자유무역지대화 ▲4섬을 비군사화 ▲평화조약의 체결 ▲최종적 해결을 차세대에 위임한다는등의 내용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문제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그 해결은 먼 장래로 미루겠다는 얘기다.
일본 외무성관계자들도 옐친의 정치기반이 불안정한 점을 들어 이번 방일에서는 영토문제에서 아무런 진전을 기대치 않고 있다. 의무성의 한 간부는 『옐친의 개혁노선을 지지함으로써 은혜를 입게 하는것이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태도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라며 옐친의 방일이 일본에 전혀 무의미한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을 비롯한 일부에선 옐친의 방문에 비판적인 자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무력충돌이후 방일의 의미는 변질했다. 양국간의 문제는 후퇴했고 일본은 선진7개국중 옐친의 노선을 지지하는 최초의 의사표시장이 되고 말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자민당측에선 무력제압으로 희생자가 발생한데 대한 유감표명, 북방영토반환요구, 2차대전시 일본인의 시베리아억류문제에 관한 유감표시, 대러시아지원은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공약한것만 이행한다는등 4가지 사항을 호소카와총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도쿄·모스크바=이재무·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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