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와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 대상의 심사에 참가하여 지난 9월 건축전문가 일곱분과 함께 전국 곳곳을 여행한적이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그 여행에서 우리의 건축문화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것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대중 건축문화」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집을 지으며 아름다움 같은것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아직도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내집을 갖는다는것은 한맺힌 소원이고, 대규모의 건설회사들 조차 주택을 단지 상품정도로 인식하고 있다.중산층 이상을 상대로 분양하는 아파트단지 역시 획일적인 집단수용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것은 공급이나 수요에서 주의 개념이 문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년사이 우리는 곳곳에서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만나고 있다.이번 여행에서도 어떤 뚜렷한 흐름을 감지할수 있었다.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 건축물은 어떤 모습으로 자연속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모색하고, 꿈꾸는 건축인들이 나라 곳곳에서 어제와 다른 집을 짓고 있으며, 건축주들의 경제력과 안목이 그들의 새로운 시도를 받아안을만큼 성장하고 있다는것을 기쁘게 확인할수 있었다.
부여의 국립박물관, 삼양사 연수원, 신도리코 기숙사, 이대공관, 창원시 팔용동의 주민회관, 서울과 부산의 주택들에서 나는 설계자들의 열의에 끌렸고, 우리 건축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특히 창원의 한 작은 주민회관에 깃든 설계자의 정성과 그를 북돋우려는 심사위원들의 각별한 관심은 모두 아름답게 보였다.
팔용동 주민회관은 대지 3백21평, 연건축면적 1백38평의 2층건물로 동네 학생들의 공부방내지 독서실로 지어졌다. 시공은 평당 1백30만원이라는 공사비의 한계를 극복못해 매우 거칠었고, 좁은 마당은 조경조차 못한채 황토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내려간 쟁쟁한 건축인들은 그 소박한 집에 이끌렸고, 마을 아이들에게 뭔가 꿈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설계자의 노력을 귀하게 받아들였다.
마산에 사무소를 열고 있는 설계자 허정도씨는 관청에서 발주하는 건물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기하학적 형태들의 조립으로 장난감 블록처럼 재미있는 집을 만들었고, 값싼 재질의 약점을 파랑·초록·노랑등의 색을 칠해서 커버했다. 그 주민회관은 좋지않은 여건속에서도 「어제와 다른집」을 짓고자하는 지방 건축인들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멋진 주민회관에서 멀지않은 거리에는 한국의 어디에서나 볼수있는 「집장사 집」들이 늘어서 있다.붉은 벽돌에 새파란 기와, 솟을대문을 머리에 인 그 이상야릇한 형태의 「빌라」들은 「기와집」을 향한 서민의 한에 원색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거리의 미관을 민망하게 해치는 그 「집장사 집」들을 바라보면 사회주의 국가들의 집단주택들이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한 심사위원은 『팔용동 주민회관이 주변의 집들을 달라지게 하는데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릴것이다. 건축문화대상 같은 행사는 아름다운 집을 뽑아 고급건축문화를 북돋우는 일뿐 아니라 대중건축문화의 수준을 올리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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