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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변근무/육아휴직 확대/전담부서 설치/여성인력 활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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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변근무/육아휴직 확대/전담부서 설치/여성인력 활용 늘어난다

입력
199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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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광고 등 전문직종 중심/결혼후 근무가능한 여건조성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기업체에 확산되고 있다. 『교육시켜 놓고 일할만 하니까 그만둔다』는 푸념만 늘어놓을게 아니라 여성들로 하여금 회사를 쉽게 그만두게 만드는 장애물들을 기업체가 나서서 제거해줌으로써 교육받은 인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기업 입장에서는 능력있는 인력을 짭짤하게 활용하는것인데다 사회활동을 원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는 최근의 사회추세에도 맞아 떨어지면서 특히 전문성이 강한 직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여성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재택근무제, 가변근무제, 육아휴직제등을 채택, 가사 및 출산·육아부담을 덜어주거나 여성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여성전담부를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럭키금성그룹 계열의 정보처리전문업체인 (주)에스티엠은 지난 91년부터 주부사원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아이를 가진 주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스티엠의 전문직 사원은 모두 1천여명. 이 가운데 여직원은 2백여명이며 그중 기혼자가 30명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전문직 여직원들은 남자직원들과 똑같이 컴퓨터시스템을 통합관리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모두 상당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거친 프로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회사를 그만둘 경우 회사입장에서는 손실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에스티엠은 재택근무의 장점중 주요 항목으로 「자신의 일과에 맞추어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결혼으로 퇴직하는 전문여성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비용면에서도 통신시설등의 장비와 운영비용등으로 한사람당 월 30만∼60만원이 들어가지만 사무실 임대료 점심값 교통비 단말기사용료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매월 20여만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속감 결여, 정보수집 곤란, 원활한 의사소통 제한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에스티엠의 경우 아직은 개인의 근무조건과 업무성격을 엄격히 따져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91년 처음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재택근무제도를 이용한 직원은 모두 20여명이며 현재는 3명의 주부가 집에 앉아서 회사일을 모두 처리하고 있다. 

 에스티엠은 이밖에도 주부사원들이 특별한 사유로 정시 출근이 어려울 경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가변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카피라이터 광고디자이너등 여성 전문인력이 많은 회사특성을 고려해 「여성전담부서」의 운영을 추진중이다. 소비주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의 심리를 여성이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여성전담부서를 만듦으로써 여성도 남성과 차별없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일기획은 10명안팎으로 팀을 구성, 올해안에 여성전담부서를 가동할 계획인데 사내 인력은 물론 필요하면 외부 전문인력도 영입할 예정이다.  

 제일기획은 또 지난달부터 여직원들의 승진연한 차별을 철폐하고 주부사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출산 및 육아휴직기간을 종전 2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사무직 여사원들의 유니폼도 없앴다. 

 은행 보험등 금융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1년 안팎의 육아휴직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2∼3개월간은 급여의 전액을 지급하며 신한은행등 일부는 나머지 기간에도 본봉의 50∼70%를 지급하고 있다. 

 또 보험회사들은 여성 보험모집인(생활설계사)중 능력이 있고 본인이 원하면 정식 직원으로 선발해 영업전문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여성 영업국장(부장급)이 동대전 남부산 서대구영업국등 3개소이며, 여성 영업소장은 전체 1천6백72명의 36%인 6백여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능력있는 여성영업소장을 확보하기 위해 승급 및 급여에서 우대하고 있다.

 여성인력이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등은 주부사원들이 육아휴가를 마치고 복직할 때 타부서에 배치했을 경우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음에 따라 「원직복직」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예약·발매등 현장영업부서는 부서의 특성을 감안해 여성을 우선적으로 부서장에 앉히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도 전체 여성인력의 분포에 비추어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내 탁아소」의 필요성이 최근들어 여성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일반 기업체의 경우 아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충남대 장하진교수(사회학)가 지난 5월 여대생 7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제도로 63·5%가 탁아소를 꼽았다. 또 응답자의 61·4%는 자녀성장에 문제가 있다면 직장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은행노조가 중심이 된 전국금융노련이 업종별·지역별 공동탁아소 설치를 적극 추진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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