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재개된 남북한실무대표접촉에서 북한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특사교환의 실현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기까지 어려운 고비가 중첩하리라는것을 읽을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북한이 남북간에 가로놓인 현안을 해결하고 관계를 개선하고자 진심으로 대화를 추진한다기보다 미국과의 3단계회담실현을 위한 한낱 전시용으로 대화를 활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점을 숙고, 결코 끌려다니는 식의 대화가 되지않도록 해야 할것이다. 앞으로 남북회담이 순탄치않으리라는것은 이날 북한측의 태도와 주장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 하나가 북한이 남한에 대해 특사교환과 회담진전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핵전쟁연습」인 팀스피리트훈련과 핵문제에 대한 국제공조체제추구를 중지하겠다는 태도표시를 요구하고 소위 간첩선침투와 최근 생화학무기개발 시비에 대한 사과도 요구해온것이다.
물론 북한의 장애요인제거 요구의 강도가 회담의 성부를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하겠으나, 저들이 언제든지 걸고넘어질 가능성은 다분히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북한이 낸 5개의제중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과 기본합의서및 부속합의서의 이행대책을 첫째와 두번째로 제시한 것은 남측이 진작에 밝힌 「선핵문제해결 후제반현안논의」원칙과 어느정도 부합된다 하겠다. 문제는 세번째인 민족대단결론이다.
북한측이 제의한 의제들은 명확한 토의 순서가 아닌 편의에 의한 배렬이어서 상황에 따라 핵사찰 이견을 이유로 민족대단결논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일성이 지난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기, 채택된 민족대단결 10대강령속에는 「민족애」 「진정한 민족주의」 「사회주의 애국주의」 「민족자주정신」등을 교묘하게 강조하고 있으나 종래의 대남적화, 통일전선전략에 의한 대남교란및 고려연방제통일과 미군철수주장등을 그대로 포괄한것이다.
북한은 바로 남의 급진세력과 운동권 학생들을 겨냥,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10대강령의 본격논의를 고집하는 한편 네번째 의제인 최고위급―정상회담을 크게 선전할 여지가 크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충고하고자 한다. 북한이 그토록 완강히 거부하던 대화재개에 선뜻 응하고 나선것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총회가 북한의 핵안전협정전면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대미3차회담도 교착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임을 우리는 짐작하는 바다. 또 첫 실무접촉에서 특사교환의 방법과 절차, 의제등에 양측에서 큰 이견이 없었으므로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으나, 문제는 남북관계개선과 장차 교류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진심과 성실성인것이다. 특사교환을 대미회담의 촉진용으로 이용하거나 대남정치공세의 방편으로 활용하려해서는 겨레의 지탄을 면치못함은 물론 안팎으로 김부자체제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오는 15일의 2차접촉에서 특사교환을 타결짓고 곧 실현시킴으로써 핵의혹을 제거하고 겨레의 통일염원에 부응토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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