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츠코이 “유혈 책임없다” 발뺌/“사망 1백49명·부상 5백66명” ○…루츠코이부통령과 하스불라토프최고회의의장의 체포 및 교도소 수감으로 옐친의 승부수는 성공했지만 5일 상오에도 모스크바의 의사당주변과 일부 지방도시에서 반옐친무장세력들의 저항으로 산발적인 시가전이 벌어졌다. 정부군이 의사당 건물을 완전히 장악하기전 어둠을 틈타 의사당을 빠져나온 2백∼3백여 무장세력은 주변 건물옥상과 지하철역등에서 정부군에 대한 저격공격을 계속했다.
특히 시내중심가에 있는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사가 5일 새벽 일단의 무장세력들로부터 기관총 세례를 받아 무장세력은 통금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모스크바시 중심가로 진출, 도시게릴라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에 총격전이 발생, 무장괴한 8명이 체포되고 1명이 사살됐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의회 지지자 수백명이 반옐친 거리시위에 나섰으며 북부 시베리아의 케메로프에서는 무장괴한들이 친옐친 성향의 지역평의회 의장 아만 툴레예프에 대한 총격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옐친진영은 산발적인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무장세력을 척결하기위해 5천여 정예병력을 모스크바전역에 풀어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의사당주변을 포위, 공격한 진압군을 중심으로 편성된 수색병력은 의사당주변건물옥상과 지하철역등을 집중적으로 뒤지고 있다. 그러나 무장세력도 상당한 훈련을 받은 정예병들이어서 정부군이 이들을 완전 소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시중심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체로 평온을 유지했지만 수색병력이 모습을 드러낼때마다 상당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체포된 하스불라토프의장과 루츠코이 부통령은 전 국가보안위원회(KGB)가 관리하던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인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일단 수감됐다.옐친진영은 이들을 7일쯤 정식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와관련, 비야체슬라프 코스티코프 대통령 대변인은『러시아는 이제껏 많은 사람을 용서해왔지만 반역자는 용서한 적이 없다』고 말해 이들이 반역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들이 반역혐의로 기소된다 하더라도 지난91년의 쿠데타주모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보듯 신속한 판결이나 장기구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쿠데타주모자들은 사건발생1년여만에 모두 석방되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의 활동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앞으로 대대적인 검거선풍과 함께 숙청과 정치적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옐친은 강경보수그룹인 구국전선과 장교클럽등 이번사태의 배후세력에 대해 권한을 정지시키고 프라우다등 보수파대변지를 발간금지시켰다.
○…루츠코이와 하스불라토프가 진압부대요원들에 이끌려 의사당을 떠나는 모습은 포격을 맞고 구멍이 뚫린채 검게 그을린 의사당 건물만큼이나 초라했다.특히 하스불라토프의장은 옐친측의 무력진압 강행에 놀라움과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스불라토프의장은 이번 무력충돌의 발단이 된 지난 3일의 시청사및 TV방송국 공격을 자신이 명령하지 않았으며 방송국 공격은 지지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기위한 우연한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해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체포당시에도 여전히 권총을 차고 있던 루츠코이도 『내가 권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총구에서 화약냄새가 난적이 없다』면서 무력충돌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의회해산 포고령의 위헌과 옐친의 탄핵을 주장하던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장도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조르킨 소장은 옐친측의 진압작전 직후 이번 유혈사태에 헌법재판소는 책임이 없고 따라서 자신은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옐친은 헌법재판소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옐친을 여전히 비난하고 있으나 이들의 발언에서는 이미 대세가 옐친쪽으로 기울었다는 냉혹한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방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치타주 의회와 행정부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옐친의 의회해산령에 반대했던 종전의 입장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이를 재고하기로 결의했고 사라토프주 의회도 종래 입장을 번복, 옐친지지로 선회했다. 또 시베리아의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의회지지파업을 취소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지방에서는 반옐친노선을 견지하고 있는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수세력의 무력진압에 성공한 옐친대통령은 유혈사태에 따른 비난을 최소화하면서 향후 사태수습을 위한 정지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특히 서방측의 우려를 조기 불식시키기 위해 총선과 대선등 약속된 정치일정을 지키고 경제개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코지레프외무장관은 진압작전후 미국의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개혁의 지속을 다짐하기도 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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