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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후유증 시간이 해결(통독 3년… 명과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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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후유증 시간이 해결(통독 3년… 명과암:하)

입력
199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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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게르만족 자신감 “기지개”/주변국 하나의 독일 경계 눈초리 지난 3일 독일의 자를란트주 자브뤼켄에서 헬무트 콜총리등 국가지도자들이 참석한가운데 거행된 통독 3주년기념식은 당사자들이 평가하는 통일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베를린,함부르크등지에서 전날의 기념행사가 시위로 얼룩졌다는 소식이 아니어도 국민의 4분의3이 의미없는 날로 여긴다는 여론조사결과는 여전히 도달하지못한 통일의 먼 여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정신적인 장벽을 극복해야한다는 정치인들의 촉구도 실상의 참담함을 입증하는 고해의 외침정도로 들렸다. 독일인들은 3년전 통일의 환희와 눈물을 돌이키는대신 반세기에 가까운 분단의 후유증를 현재형으로 곱십고있는것이다.

 이처럼 외부에 비치는 통일에 대한 자체평가가 비관일색이지만 냉철한 독일의 이성은 다른 계산 또한 준비하고 있는듯하다. 

 통일당시 정부가 통일특수를 기대하며 낙관론을 펴고 일반국민들이 분홍빛 미래를 꿈꾸었던 반면 학자들은 후유증의 장기화를 염려해 신중론을 내세웠다. 3년이 지난 지금 국민과 정부가 기진한 반면 학자들은 중장기적인 낙관론자로 바뀌었다. 각종자료를 토대로 독일의 미래를 그리고있는 학자층은 현재에만 매달려 조급하게 덤비는 국민, 그리고 선거를 앞둔 정부와는 생각이 틀릴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등 외부요인과 통일의 부담이 맞물리면서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독일은 경제대국이고 수십년 세월의 골을 순식간에 메울수는 없지않느냐는 시각이다. 게르만의 뛰어난 자질과 시간이 해결해주리라는 자신감의 다른 모습이다.

 통일 3주년을 맞는 독일을 바라보는 외부의 눈길도 독일의 이러한 자신감을 들어 낙관론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유럽의 역사에서 여러차례 게르만의 잠재력을 경험한 주변국가들은 낙관론을 넘어 경계의 시각을 지닌다. 전후자유의 보루에 대한 동정심에서부터 프로이센왕조의 힘과 히틀러독재에 대한 증오,온갖 교차하는 감정으로 수면아래 용틀임하는 게르만의 기지개를 주시하고있는것이다.

 지난3년간 독일의 대외정책을 돌아보면 유럽국가들의 평가가 근거없는 엄살이 아님을 알수있다. 독일은 통일이후 경제대국에 걸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무너진 동구권을 거센 마르크화의 숨결로 장악해가는가하면 유럽통합을 프랑스와 함께 주도하면서 서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있다. 동구와 서구를 잇는 교량내지는 중부유럽의 맹주로 유럽의 지도에 복귀한것이다. 프랑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분데스방크를 통해 고금리를 고수하거나 유럽부흥은행(EBRD)을 설립, 동구권의 영향력확대를 노리는 영불의 공동전선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일례에 불과하다. 

 독일은 탈냉전시대의 초강대국 미국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나인」(nein)이라고 말한다. 91년 유고내전에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독자적으로 승인하는가하면 지난 6월에는 유고사태의 책임문제를 놓고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을 정면으로 논박했다. 더이상 미국이 이끄는 세계질서의 종속변수임을 거부하고있는것이다.

 독일은 국제무대에서도 뒷전에 앉아 돈지갑이나 꺼내들던 예전의 모습을 버렸다. 지난해 캄보디아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데이어 올해에는 대보스니아초계작전에 전투부대를 참가시키는가하면 소말리아에도 군대를 보냈다. 국제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발판으로 당당하게 제몫을 요구한다. 지난달 29일 제 48차 유엔총회에서도 클라우스 킨켈외무장관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자리를 요구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우려하는 외부의 시각과 현재에 집착하는 내부의 평가가  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한것은 독일은 이미 통일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통일이후 심각하게 이뤄지는 논의들도 가진자의 불평정도로 비쳐진다.적어도 여전히 분단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보여준대로 독일인들은 통일의 꿈을 현실화했지만 한국의 통일염원은 여전히 지상에 닿지못하고있다. 떠나온 베를린을 떠올릴때마다 늘 다시 시작되는 의문은 한국의 통일시계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하는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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