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은 재무부 4층회의실은 금융실명제라는 단어로 뒤덮였다. 「실명제감사」라는 비유가 어색하지않을 정도로 실명제의 거의 모든 쟁점이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9·24보완조치」중 자금출처조사완화와 장기저리채가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중소기업지원, 위장·편법적인 실명전환, 실명제에 따른 통화증발과 물가불안등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야당측은 두차례의 보완책이 실명제의 졸속과 미비를 반증하고 있다면서 대체입법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고 여당측은 경제현실을 고려, 운용의 묘를 살리자는데 무게를 실었다. 실명제의 중요성 때문인지 의원들은 감사준비와 질의에 두드러진 열의를 보였다. 질의의원이 무려 22명이나 됐고 설문조사나 30∼40페이지의 질의자료를 준비한 의원도 있었다.
쟁점중에서는 대체입법문제가 우선 부각됐다. 원내사령탑인 김태식의원을 필두로 유준상 홍영기 최두환 장재식 박태영 김원길의원등 민주당의 거의 모든 의원이 대체입법문제를 언급했다. 민주당측은 긴급명령발동에 위헌성이 있는데다 1,2차 후속조치중 자금출처조사완화, 장기저리채가 명령 제6조와 상속세법등을 위반하는등 법적인 하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체입법으로 법적 문제를 해소하고 실물경제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것이다. 여당의원중에는 실명제발표 직후 대체입법을 주장한 의원들이 적지않았으나 이날은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감안한듯 손학규의원외에는 아무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장기저리채등 구체적인 문제들이 거론됐다. 자금출처조사완화와 장기저리채에 대해서는 여야구별이 없을 정도로 의원 사이에 시각의 편차가 컸다. 나오연의원(민자)은 「만시지탄」의 표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뒤 『영세업자들이 실명제로 인한 과표노출을 꺼려하지않도록 소득세·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세율의 추가인하는 대부분 의원들의 공감대였으나 출처조사완화나 장기저리채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컸다. 민주당의원들중 박태영 최두환의원은 동조의사를 피력했고 최의원은 아예 국세청통보라는 조항을 빼버리자고 주장했다. 반면 홍영기 김원길(민주) 림춘원의원(무)은 『검은 돈의 합법적 퇴로를 열어주었다. 긴급재정명령 제6조와 제10조를 위배한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자당의 박명근 손학규의원도 『장기채는 사실상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허용한 조치』라고 추궁했다. 또한 장기채의 만기(10년)와 낮은 이율(1∼3%)은 실제 비실명자금의 유인책이 되지못해 실효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소기업 지원문제는 여야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신랄하게 비판한 사항. 서청원 금진호 최돈웅(민자) 박일 박은태 이동근의원(민주)등은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이 당초 계획의 58%인 1조1천8백78억원에 그치고있다』며 발표와 현실사이의 괴리를 따졌다. 지원을 받은 영세업체는 중소기업(20인이하) 16만개중 19%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이상득의원(민자)은 『중소업체들이 세액감면제도를 잘 몰라 신청을 하지못해 불이익을 당하고있다』며 요건만 갖추면 감면혜택을 주도록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편법·위장 실명전환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다루어졌다. 김정수(민자) 림춘원의원(무)등은 CD의 변칙할인, 영세기업명의를 이용하는 방법, 타인명의의 실명통장을 만드는 방법등 위장의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해가며 철저한 대책을 촉구했다.특히 각종 광고에 공공연하게 실명전환의 「유혹」이 나오는데도 재무부가 이를 방관하는 이유가 집중 추궁되었다.
답변에 나선 홍재형재무장관은 『현단계에서 또다른 논란을 야기시킬 대체입법보다는 실명제의 조기정착이 급선무』라고 말해 야당이 요구하는 대체입법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홍장관은 또『장기채는 일부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실명제를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하기위해 마련됐다』고 답변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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