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혈사태후 군부향배 변수/옐친 중간지휘관 장악못해 불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혈사태후 군부향배 변수/옐친 중간지휘관 장악못해 불안

입력
1993.10.05 00:00
0 0

◎장병들 열악한처우 불만도 한몫 러시아군이 움직이는가.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과 최고회의(의회)간의 권력투쟁에 중립을 지켜온 러시아군이 4일 끝내 이번 사태에 개입, 대규모 유혈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 최정예부대로 꼽히는 제4기갑사단(칸테미로프스크사단)과 제2기갑사단(타만스키사단)등이 옐친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모스크바에 진주, 시내의 요충을 장악하고 의사당에 대한 진압작전에 돌입했다.

 모스크바 시내에 탱크가 모습을 나타낸것은 91년 8월 불발쿠데타 이후 2년여만의 일로 정치적으로 엄정중립을 고수해온 러시아군이 또다시 정치에 개입하는 불미스런 전례를 남기고 말았다. 이번 진압군에는 모스크바경비를 책임지는 제2, 제4기갑사단외에 보안장관의 지휘를 받는 27여단(테프리스탄여단)도 참가했다. 내무부산하의 폭동진압병력 제르진스키사단이 이미 모스크바에 주둔하고 있어 무력동원이 가능한 내무·국방·보안장관휘하의 병력이 골고루 동원된 셈이다. 특히 모스크바 인근의 리아자주둔 공수여단과 툴라공수여단이 모스크바에 긴급 공수돼 의사당진압의 전위부대역할을 맡은것으로 알려져 이번 진압작전에 임하는 옐친진영의 속전속결전략을 엿보게 한다.

 옐친의 이번 무력동원과 강경진압은 상당히 의외인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옐친진영은 처음부터 엄밀한 의미에서 정규군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내무부산하 병력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의회세력에 대한 목조르기를 시도해왔다. 그것도 옐친대통령의 명령이 아니라 체르노미르딘내각이 의결한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따른것이었다. 제3의 세력인 행정부가 의회세력과 일부 의회수비대를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집단으로 규정, 강력 대처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만큼 옐친의 무력동원은 상당한 위험을 각오한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옐친은 군에 대해 항상 중립을 촉구해왔다. 지난 3월의 비상통치때에도 군의 엄정중립을 촉구하며 섣부른 군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옐친은 군을 동원, 의사당진압을 시작했다.

  문제는 무력진압후 러시아군부의 향배이다. 모스크바인근부대의 일부장성들은 당초 군의 시위대진압을 반대한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적인 군일부가 유혈사태의 책임이 옐친진영에 있다며 반발할 경우 군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더욱 큰 문제는 옐친이 중간지휘관들을 장악하지 못하는데 있다. 옐친은 그동안 모스크바 인근정예부대의 최고지휘관들을 측근들로 대체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직접 병력을 지휘하는 중간지휘관들까지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구소련붕괴 이후 일부 지휘관들과 장병들이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불만을 터뜨릴 경우 같은 부대내에서 전우들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러시아 역사에서 군은 항상 차르나 공산당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국민의 군대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러시아의 권력투쟁에서 군을 먼저 동원하는 측이 패배한다는 속설도 있다. 91년 쿠데타당시 쿠데타주모자들은 국방 보안(구KGB)내무장관이 힘을 합쳐 병력을 동원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나 이같은 속설을 입증했다.

 옐친측은 우세한 화력을 앞세워 의사당건물을 무난히 점령할지 모르지만 유혈사태의 불씨는 러시아내 다른지역에서 되살아날 위험이 있다. 광활한 대륙에 산재해 있는데다 확고한 지휘체제가 형성되지않는 러시아군의 현상황으로 볼때 의회측을 지지하는 일부지방에 주둔한 군이 옐친타도를 외치며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는것이다. 러시아군은「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옐친진영이나 의회측이 잊어서는 안된다.【이진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