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8월까지 1조추정/「퇴장화폐」 내년 물가 “뇌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8월까지 1조추정/「퇴장화폐」 내년 물가 “뇌관”

입력
1993.10.05 00:00
0 0

◎일시에 풀리면 치명적/유통 2년뒤 1.34% 상승효과 금융실명제와 재산공개 파동의 여파로 노출을 피해 금융권을 이탈, 장롱이나 금고로 퇴장한 자금이 내년도 물가에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처에 물가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일시 퇴장됐던 화폐가 실명제정착과 함께 일정한 계기를 만나 한꺼번에 시중으로 풀려나오기 시작한다면 물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을것이라고 금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8∼9월 두달간 9조3천억원(말잔기준)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가 시중에 집중적으로 방출됐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풀린 12조5천억원의 74%에 달하는 규모이고 올들어 7월말까지 공급된 총통화 6조원의 1.5배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중자금은 이미 만수위를 넘어 섰다. 한마디로 심각한 상태다』라며 『이런 과잉통화 상태에서 퇴장된 돈까지 유통된다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실명제를 계기로 퇴장된 화폐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현금통화와 총통화량을 근거로 추산했을 때 대략 지난 8월말까지 1조원 정도의 자금이 퇴장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경경제연구소는 실명제 실시 이후 20일동안만해도 9천85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금융권에서 빠져나간것으로 분석했다.

 제일 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에만 1조3백억원의 화폐가 퇴장한 것으로 추정했고 하반기에도 4천억∼6천억원 정도가 추가로 퇴장하리라 전망했다. 금융실명제가 정착돼 이들 퇴장자금이 다시 제대로 유통되기 시작하면 엄청난 통화증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8월말까지 퇴장된것으로 추정되는 9천85억원의 자금만 해도 통화승수효과에 의해 대략 총통화의 10%에 가까운 약 10조3천6백억원의 통화증발효과가 생기게 되는것이다. 한국은행의 거시계량경제모형에 따르면 총통화가 10% 늘어날 경우 물가(GNP디플레이터)는 2차연도(2년후)에 1.34%의 상승효과를 나타내며 4차연도에는 2.4%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에 달하는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금융권을 빠져 나간 자금이 모두 「실제로」 퇴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자금 중에는 자금추적을 꺼려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계속 현금으로 결제하는데 사용되는 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는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숙명여대 윤원배교수는 『통화공급을 늘려도 유통속도가 떨어지고 있는것은 퇴장화폐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증거』라며 『설사 퇴장된 자금규모가 적다 하더라도 일단 풀린 자금을 부작용없이 다시 회수하는것은 과거 수차례 경험했듯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필상교수도 『퇴장된 자금은 물가상승압력 뿐 아니라 부동산이나 증시등으로 일시에 몰려 광란적인 투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많다』며 『결국 물가상승과 투기,이에 따른 기업의 투자의욕감퇴가 초래된다면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래이션 현상에 직면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는 지난 2년가까이 만성적인 과잉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8월 총통화증가율이 20%를 넘어서면서 2조9천억원이 풀린데 이어 9월에는 추석자금등으로 무려 6조4천억원이 풀렸다. 여기다 올해 공산품 가격·임금·공공요금 인상억제에 따라 내년으로 유예된 물가상승압력이 보태지고 특소세인상에 따른 제품가격인상까지 뒤따른다면 최악의 물가상승이 내년도에 밀어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것이다. 따라서 퇴장한 화폐를 환수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은 『강제회수 방법으로 통화를 조절하려 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경영에 타격을 미칠것』이라며 『저절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과감한 금리자유화와 고수익금융상품개발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준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