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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커먼 기름띠에 섬들이 「수용소」처럼…/흉물된 한려해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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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커먼 기름띠에 섬들이 「수용소」처럼…/흉물된 한려해상공원

입력
199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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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양식장 4천㏊ 덮쳐/방제작업 역부족… 4백억원 피해/본사기자가 본 남해안 오염 현장【여천·남해상공 경찰헬기에서 송두영기자】 지난달 27일 전남여천시 묘도동앞바다 선박충돌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사고발생 5일째인 2일 조류를 타고 확산되면서 여수·여천·남해앞바다의 청정해역을 온통 삼켜버렸다.

 전남경찰청 소속 BEL 206헬기(기장 장도호경감)에서 내려다 본 한려해상국립공원지역의 맑고 푸른 바다는 기름자국으로 얼룩진 「흉물」로 변해있었다.

 해경과 어민·관계공무원들은 기름유출사고후 추석 연휴도 잊고 수십여척의 방제선을 동원, 방제작업을 폈으나 기름띠는 조류를 따라 동으로 경남 남해까지, 남으로는 여수 오동도 앞바다까지 밀려들었다.

 2일 하오1시께 남해대교 아래에서는 방제선 1척이 흡착제를 뿌리고 있었으나 퍼져가는 기름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월 황금 휴가기간이면 행락인파가 몰렸던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관광객은 물론 갈매기마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사고 인근 지역인 경남 남해와 전남여천지역에 점점이 박힌 크고 작은 유·무인도는 마치 기름바다에 갇힌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김·굴등 각종 어패류 양식장의 그물은 벙커C유로 짙은 밤색막을 두른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섬마다 20∼30여척의 어선들이 출항을 포기한채 발이 묶여 있었다.

 유출된 벙커C유는 여천·여수앞바다와 남해군 서면·고현면일대의 바지락 김양식장9백50여㏊를 덮친데 이어 전국최대의 피조개·굴양식장인 사천만등 모두4천여㏊를 뒤덮어 4백여억원의 피해를 낸것으로 잠정집계되고있다.

 해경과 여천군등은 지금까지 연인원5천여명과 방제선27척 지도선82척을 동원, 방제활동을 펴고있으나 피해지역은 더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사고지점으로부터 동남쪽으로 3쯤 떨어진 경남하동군대도리(일명 큰섬)에서는 2일 마을주민 50여명과 의경등 2백여명이 선착장과 양식장에 널려있는 기름막을 제거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 마을 주민 이한오씨(53)는 『마을어촌계양식장 1백70여㏊가 기름에 뒤덮여 버렸다』며 『아무리 보상을 해준다해도 한번 기름에 뒤덮인 양식장에서 예전처럼 싱싱한 어패류양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한편 충돌사고를 수사중인 여수해경은 2일 이번 사고를 일으킨 파나마선적 화물선 BG아산호 선장 고좌법씨(44·중국 대련시거주)와 예인선 302경기호 선장 문병기씨(34·부산 사하구 감천동), BG아산호 도선사 송정석씨(58·전남 여수시 여서동)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해양오염방지법위반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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