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자세불변” 민자 촉각/“궤도수정 따른 경계 메시지”/민정 공화/“일관된 의지피력… 오해 금물” 민주국면전환이냐,궤도수정이냐,아니면 자세불변이냐.
최근 잇단 청와대 방문에서 김영삼대통령의 「따뜻한 환대」에 마음이 풀렸던 민자당은 『변화와 개혁은 멈출 수 없다』는 김 대통령의 27일 기자간담회를 놓고 갖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면전환 운운하며 새정부가 마치 개혁을 포기한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청와대측의 공식 선언에도 불구하고 당에서는 나름대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많다.
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뜻밖에 강성을 띤 것에 놀라면서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등 행간의 다른 측면을 찾아내고자 고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희망사항인지 아니면 정확한 현실인식인지는 모르지만 민자당에는 청와대의 공식입장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수적으로는 우세한 실정이다.
물론 대부분 민정·공화계 출신을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김 대통령이 강력한 개혁의지를 다시 피력한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국면전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분위기이다. 당직자들의 얘기도 마찬가지이다. 민정계 출신의 한 당직자는 『간담회 얘기는 김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얘기의 연장선상 위에 있는 것』이라고 국면전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다만 학교선생님이 공부 열심히하는 제자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격려의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비록 개혁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는 했지만 분위기를 바꿔가겠다는 기본적인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성숙지 못한 풍조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새정부 출범직후부터 불어닥친 사정바람속에서도 『가을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 처음에야 강도높게 나가겠지만 가을이나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경제」라는 현실에 부딪쳐 궤도를 수정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최근의 몇가지 징후를 궤도수정 또는 궤도수정의 전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김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미래에로의 전진과 과거와의 화합』을 얘기한데 이어 그날 저녁 당 중진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듣기 거북한 직언을 경청,전에 없던 봄기운을 당에 불어넣었다. 바로 이틀뒤에는 당 소속의원들과 만찬에서도 김 대통령은 역시 같은 자세를 보여줘 의원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는가하면 말도 못꺼내게 했던 장기채권 발행을 포함한 실명제 보완책을 허가,다음날 발표케 했다.
당에 중요한 일이 터지기만 하면 항상 이분법적 사고구조가 드러났듯이 이번에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또다른 한쪽이 있다. 수적으로는 열세이지만 정치적 비중으로는 민정·공화계를 압도하는 민주계는 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그 자체가 김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믿고 있다. 오히려 김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나 행보는 숨가쁘게 달려온 개혁정책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을 다소나마 위로하겠다는 뜻이지 절대로 개혁의 후퇴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랜동안 김 대통령과 정치적 호흡을 같이해온 이들은 『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구구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김 대통령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며 『처음부터 지금까지,또 앞으로도 김 대통령은 초지일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민정계 당직자는 『개혁은 마치 자전거와 같아서 구르지 않으면 쓰러질뿐』이라면서 『속도의 완급은 있어도 가다가 멈추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의 집권기간 내내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자세불변을 강조한뒤 『원래 김 대통령은 취임전부터 개혁과 경제를 똑같이 중요한 두가지 과제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와 모순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