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면전환』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의 방향을 「과거의 단죄」에서 「미래를 향한 전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9월21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이를 시사했었고 뒤이어 가진 민자당 의원들과의 만찬회식에서 의원들 역시 국정의 초점을 『사정에서 경제로 전환할 것』을 합창했다. 대다수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록 등으로 단두대위에 섰다 내려온듯한 의원들의 「솔직한 발언」은 이들이 겪었을 단두의 공포를 전해주는 듯했다.또한 이기택 민주당 대표도 28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청산보다 민생에 주력하겠다』 『과잉축재 의원의 사퇴는 마땅하나 검은 돈의 산업자금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바로 『국면전환』에의 동조라 하겠다. 야당 당수로서 이례적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김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면전환』을 부인,국정향방에 대한 해독에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 나라는 30년동안 권위주의시대의 잘못된 타성과 부정부패가 지배해왔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썩은 살을 도려냄으로써 튼튼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즉 『방향전환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애써 「국면전환」을 부인한 것은 그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를 설정한 「부정부패의 척결」이 퇴색하는 것으로 일반국민에게 오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부정부패의 척결이 경제발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과 『집권 5년동안 내내 사정하겠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사정관이 국민절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재벌,대기업,고위공직자,자산가 등 기득권층은 사실 처음부터 이에 저항한 셈이다. 지금도 겉으로는 노골적인 도전을 삼가고 있지마는 속으로는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하겠다. 개혁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에서 실명제 등으로 영세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있는 자」는 물론 「없는 자」에게까지 파급영향이 미치게 됨에 따라 개혁에 대한 일반 대중의 지지열기가 식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 「집단이기주의」와 「님비」 현상 등이 김 대통령의 개혁정치에 대해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을 때는 박수갈채를 보내다가도 자신이 피해를 볼 것 같으면 등을 돌린다.
현재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불황이 개혁에 대한 「님비」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기득권층의 반개혁정서를 국민저변에까지 확산시키는 촉매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불황은 한국으로서는 거의 통제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정 등 개혁이 불황의 주범처럼 책임이 전가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사정과 경기의 상극론이 올바른 것처럼 들리고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김 대통령의 개혁정치는 경제적 불황 때문에 시기적으로 여건이 불리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부정부패 척결」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의 숙제이며 어느나라도 완벽히 해결치 못하고 있는 과제. 사정과 「부정부패 척결운동」은 상시적이고 제도적으로 확립이 돼야 한다. 의식개혁이 뒤따라야 안전하게 정착된다. 역시 긴시간과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부정부패 척결이 개혁정치의 전부는 될 수가 없다. 「신경제」가 내세우고 있는 재정,금융,산업,세제,농정,국토개발 등 경제 각분야에서의 시장경제지향적 경제개혁은 정말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이 걸려있는 대시험이다.
또한 각종 규정,규제철폐 등의 행정개혁도 대단한 혁신이다. 총체적인 개혁으로 국민에너지를 모아야겠다. 선진국들이 예시하듯 개혁과 혁신이 역사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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