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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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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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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 20년 넘도록 아직도 내집하나 마련하지 못한 고급장교,하사관들은 수두룩하다. 보직변경에 따른 잦은 전근으로 전학을 밥먹듯하는 바람에 그들의 자녀도 성적 올리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이 인생을 혹시 잘못 살았나 하는 회의를 좀체 모른다. 넉넉지 못한 봉급과 열악한 근무여건속에서도 본분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별값」이 오락가락했고 뇌물아닌 「인사치레」라해서 몇천만원씩이 왔다갔다 했어도,그런 세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채 한눈 팔지 않은 장병들이 이 나라를 지켜왔다. 돈생기는 일에 몰린적 없고 권력 탐해서 눈치본적 없는 그런 군인들­그들 누구도 결코 못난 아버지들이 아니다. 턱없이 거액을 축재한 몇몇 고위층이 국민의 손가락질 아래 부끄럽게 쪼그리고 있을 뿐이다. ◆추석 바로 다음날에 「국군의 날」 45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세과시 위주로 치러온 대규모 행사를 그만두고 이번부터는 경축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실속있는 행사로 바꾼다. 온나라가 들썩거리는 여의도 퍼레이드 대신 지역별로 주둔 부대들이 각종 전시회와 내무반 공개 등의 작은 행사를 벌인다. 시민과 호흡을 함께하는 새로운 군의 모습이다. ◆월남전을 소재로한 미국영화 「플래툰」에서 크리스 테일러 2병은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에서 「나는 적군하고만 싸운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싸웠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병사의 체험만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고비에서 「자기와의 싸움」은 중요한 자취를 남긴다. 영내 생활이 힘들수록 강도높은 극기가 요구되고,그런 고비를 넘어가면서 우리 장병들은 국민의 군으로 성숙해 간다. ◆인기있던 TV 병영드라마 「동작그만」에서도 한 병사는 독백한다. 「빰빠라에 단잠 설치고 나간 새벽 근무 짜증스러워도 내 조국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라」­온갖 유혹의 잡음에는 둔감해도 풀잎 흔들리는 소리에는 귀밝혀 경계하는 장병들에게 국군의 날에 즈음한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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