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너무 집착” 여론불만 신경/민생해결노력… 새모습 부각도이기택 민주당 대표의 28일 기자간담회는 과거청산과 금융실명제 등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의 여러 얘기를 정리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이 대표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정기국회 회기중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제활성화와 민생문제,개혁입법 등에 보다 주력한다는 현실치중론쪽으로 확실하게 가닥을 잡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원내 전략수집과 민주당의 진로선정에 상당한 짐이 되었던 과거청산 문제를 「강약과 시차의 정치」론을 내세워 일단 한켠으로 제쳐놓았다. 정치는 때에 따라 강약을 구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화급을 다투는 민생문제에 치중하고 과거사 문제는 시간을 갖고 공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거사 문제에서 잠시 비켜날 수 있게 된 것은 경제문제가 초미의 사항이라는 여론의 흐름을 의식한데서 우선적으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여권의 개혁드라이브마저 과거지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마당에 과거청산 문제가 여론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주장이 민주당 일각에서도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거청산 문제를 포기했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잠복성 이슈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정국상황이 대치국면을 띨 경우 또다시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그동안 야당의 노력으로 3대 의혹사건 등의 진상이 어느정도 드러나는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이제 정부가 나서서 과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이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여권에 과거사 매듭의 공을 떠 넘겨놓은뒤 여차하면 여권의 소극적 태도를 문제삼아 이를 다시 제기할 수 있는 고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금융실명제 문제에 대해서 이 대표는 『경제가 무너질 경우 개혁도 경제정의도 없다』면서 경제활성화쪽에 역점을 둔 대체입법안을 당론으로 몰고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현실노선쪽으로 기운데에는 김대중 전 대표의 충고가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으나 이 대표 자신은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접촉하고 남대문시장 등 현장을 둘러보고 얻은 결론이라고 밝혔다. 또 정기국회에 충실하겠다는 그의 현실론에는 당장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과거문제보다는 야당의 공세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에서 가시적인 소득을 챙겨 이를 입지강화에 연결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가 주도하는 현실론의 타당성은 이번 정기국회 결과로 검증받게 될 것이고 그 성과여부는 이 대표의 리더십과 밀접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이번 정기국회에서 과거청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정기국회 기간에는 과거청산보다 경제활성화 대책마련과 예산심의 등 민생과 직결된 문제와 개혁입법 추진에 더 주력을 두겠다』
과거청산 문제를 포기 또는 유보하겠다는 뜻인가.
『결코 포기는 아니며 유보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과거청산이 꼭 필요하며 개혁의 성공은 과거청산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우리당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동안 우리당의 노력으로 3대 의혹사건의 진실이 어느정도 밝혀진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매듭을 지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당은 이번 국회기간에 민생문제 해결에 전력하면서 정부의 과거사 매듭노력을 지켜본뒤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다시 문제를 제기하겠다』
3대 의혹사건과 관련한 전직 대통령의 증인출석 문제는 물론 김대중씨 납치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인가.
『그 사건관련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여러 상임위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이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가 끝난뒤에 이 문제를 정식 제기하겠다. 이 문제로 상임위 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당의 입장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대체입법 제정을 거부하고 있는데.
『긴급 재정명령에 의한 금융실명제 실시는 독선과 권위주의의 표현이다. 그것은 문민정부 정신에도 위배된다. 대통령이 대체입법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당내에서 금융실명제 대체입법 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금융실명제에 의해 경제활성화와 경제정의가 동시에 실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지 못할 사정이라면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방향으로 국감이 끝나는대로 대체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윤리위 재산실사결과 문제가 있는 의원들이 드러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국회 윤리위의 인원을 대폭 강화해서라도 엄격한 실사를 통해 옥석을 반드시 가려야 한다. 윤리위가 재산형성 과정상 문제가 있는 의원을 통보해올 경우 당헌 당규에 의거,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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