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백70여국 가운데 인구 1억이 넘는 나라는 꼭 10개국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일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그들이다. 이중 미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국은 모두 1인당 GNP가 5백달러에 못미치는 저개발국이다. 브라질도 아직 우리나라의 절반수준인 2천7백달러에 머무르고 있다.한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인구가 1억은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군사력보다 경제력에 의해 국제질서가 개편될 21세기에는 노동력이나 내수기반의 덩치가 그만한 규모는 돼야 선진·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앞의 6개국 가운데 경제개발정책이 성공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지난 10년간 평균 7.9%씩 고도성장을 계속해 국민총생산 세계 10대국중 여덟번째에 들어섰고,브라질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많으니 아직 돌아가는 몫이 적을 뿐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잠에서 깨어나 경제개발을 서두르기 시작했고,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도 국토가 넓고 부존자원이 풍부해서 그 여건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 올바른 정책이 베풀어지면 국력이 얼마든지 뻗어나갈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이 21세기 장기 경영계획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 자료를 수집·분석해서 만든 「미래 환경전망표」는 통일후 만주를 포함한 인구 1억6천만의 「한국경제권」을 상정하고 있다(한국일보 7월8일자 조간). 이 시간표를 보면 94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군축합의가 이뤄지고 95∼96년중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실현되며 2000년까지는 주한미군이 모두 철수하지만 완전한 통일은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통일후 한국은 인구 8천3백만(2000년 예상치),수출총액이 지금의 3배인 2천억달러를 넘어 세계 10대 경제대국안에 들게 되며,나아가 남북한과 중국의 동북 3성을 묶는 대한국경제권이 형성될 것으로 이 시나리오는 전망하고 있다. 통일한국의 행정수도는 개성 근처에 정해질지 모른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힘찬 한국의 모습이다.
국토의 넓이는 해안선의 길이에 비례한다고 주장하는 지리학자들이 있다. 복잡한 해안선에는 그만큼 좋은 항구가 많고,항구가 많은 만큼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으며,그 물동량은 그만한 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넓은 국토가 그 배경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얼마전 한길사가 펴낸 함석헌 전집의 제1권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함 선생은,지구상의 각 민족은 세계질서를 위해 저마다 존립해야 할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그 뜻에 합당한 넓이의 국토를 갖추어야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한반도는 그 자체만으로는 부자연스럽게 해안선이 길고 항구가 많다. 한민족이 그들에게 주어졌던 고구려의 옛땅을 잃고 반도 안에 갇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쓸모없이 된 많은 항구와 해안선을 살리는 길은 만주를 되찾는 일이며,그것은 한민족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좁은 반도의 속박과 고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고 함선생은 지금도 그의 책속에서 외치고 있다.
삼국통일로 고구려를 잃은후 크게 세차례의 북벌계획이 있었다. 고려시대 거란과 몽골의 침입을 겪은후 예종과 공민왕의 북벌,조선시대 청나라 여진족에 수모를 당한후 효종의 북벌계획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값진 시도는 모두 북벌의 명분싸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한민족에는 지금 다시 한차례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한국경제는 밖으로 진출할 힘이 있으며 북한과 만주는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침체속에 고립돼 있고 중국의 장래는 불안하다. 그들이 정치·경제적 안정을 회복하려면 김일성과 등소평의 사망후 당분간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민족이 군사력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해 대한국경제권으로 통합될 수 있는 기회는 그동안 뿐이다. 경제력에 의해 재편되는 세계속에서 한국이 선진강국으로 웅비하는 길도 이 경제 북벌 뿐이다. 공연한 정치투쟁으로 허송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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