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이 알몸을 드러내고 국민앞에 섰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건학 1세기를 넘길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와 나름대로의 전통을 자랑해온 연세대가 순전히 자의로 내보인 나상을 대하면서,우리는 「우리 대학들이 너무나 초라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연세 21세기 계획보고서」(한국일보 23일자 2·15면)가 드러낸 「한국 대학교육의 위기」의 실체에 대해 심각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교수들의 연구실적·대학의 교육환경·재정실태·정부의 대학정책·교수와 학생들의 가르치고 배우겠다는 자세 등 대학의 형이상·하학적인 모든 구조가 한마디로 「수준이하」임을 이 보고서는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
물론 우리 대학들이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교육선진국의 명문대학들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뒤진다는 것은 이제서야 알게 된 일은 아니다. 연세대가 『더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속에서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벗겨본 실상은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다. 일본의 동경대학 수준에 비교할바가 못된다는 것은 짐작할만한 일이나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소위 아시아 4용 국가들의 일류대학 수준에도 근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이르렀다는데 우리는 충격을 금치 못하게 된다.
연세대의 경우 교수들의 연구실적이 홍콩대학의 29% 수준이고 미국 하버드대학의 1.0%,동경대학의 1.8%에 그쳤다. 연세대보다 좀 낫다는 서울대도 홍콩대학의 69%,하버드대학의 2.8%,동경대학의 5.0% 수준이라니 서울대나 연세대만 못한 대부분 우리 대학들의 실상을 따져 말해 무엇하겠는가.
교육환경,더 자세히 말해 교수대 학생비율·도서관의 장서 보유실태·교수들의 강의의 질과 수준·대학의 재정실상·규제와 획일 위주의 대학정책과 행정의 실태 등은 차리리 비교수치를 보기가 부끄럽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대학들의 형이상학적인 상부구조는 더하다. 캠퍼스의 풍토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아부하고,교수채용에 실력 아닌 지연·학연이 기준시 되고,학생이 교수를 얕잡아보는가하면 공부 안해도 장학금받아 졸업할 수 있고,연구않고 강의하는 척만해도 전임강사되고 부교수되고 그러다보면 교수가 되어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적당주의 구태가 판을 치는 대학이 허다하다. 그리고 대학들은 고교가 길러난 우수학생을 뽑아가는 수로 명문이니 일류니 하며 어쭙잖은 서열장난이나 계속하고 있다.
연세대가 가려져온 추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낸 것은 대학들의 이러한 무사안일과 무경쟁 풍토에서 털고 일어나 뼈를 깎는 자기 반성위에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자학에 가까운 자기비판이고 선언이라는데 더 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우리는 본다. 그래서 「연세의 21세기 비전과 발전」을 향한 몸부림에 우리 사회가 희망과 기대와 지원을 아껴서는 안되겠다고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연세대의 거듭 태어나려는 몸부림은 다른 모든 대학들에게도 전파돼야 한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대학들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거듭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