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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서울식 변화/조상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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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서울식 변화/조상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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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중수교 직전 첫발을 디딘 이후 1년만인 지난 21일 다시 찾은 영변 조선족자치주는 놀랄 만큼 변모해 있었다. 수교후 1년 사이 그들의 의식과 문화가 우리를 닮는 속도는 종전보다 훨씬 더 빨라진 인상이었다.평양말을 복사한 것 같았던 연변 라디오방송의 여자아나운서 목소리는 이제 서울말과 거의 다름이 없다. 한국투자업체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해 연길 하얼빈 내몽골 등에는 조선말 강습학원까지 등장했다.

이달초 개교한 연변과학기술에서 조선족 학생들은 중국대학 사상 처음으로 우리말로 배우고 있다. 최근엔 중국 교육부장관이 학생들 사이에서 「고려대학」으로 불리는 이 대학을 방문,중국정부가 교육·문화개방의 시금석인 연변 과기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다.

한국업체 후원으로 문을 연 연길 아동도서관은 한국서 보내온 책을 읽으려는 어린이들로 휴일이면 발디딜 틈이 없다. 백두산 가는 길의 한족식당에서는 중국어로 바꾼 우리 노래가 흘러나왔다. 인사하는 법,술 권하는 방식,고춧가루만 듬성듬성 뿌려진 김치 등 음식문화까지 서울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금년 봄엔 한국업체가 투자한 복덕방도 생겼다. 연변은 원하건 원치 않건,바람직한 것이건 아니건 우리 식으로 동화돼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정부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수교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연방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조선족 비자신청이나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기업가들을 위해 「2백만 조선족의 수도」에 영사처나 문화원 하나쯤은 설립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족은 슬픈 우리 역사의 피해자이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 말과 얼과 문화를 고스란히 지켜왔고 이제는 또다시 변모한 서울을 닮아가고 싶은 소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같은 핏줄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나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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