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무력위협지방지도자 설득 “병행”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경찰력과 매스컴을 총동원해 「의회 고사작전」을 펴는 한편 새 의회인 연방평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각 자치공화국과 지역지도자들의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옐친은 25일 상오 내무부 소속 폭동진압 경찰부대인 제르진스키 사단을 모스크바에 투입,의사당을 포위하고 의회경비대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의회 주변지역을 차단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옐친은 의회해산을 위해 무력은 쓰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도 「독안에 든 쥐」 꼴이 된 의회가 먼저 도발을 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포고령 정당성 홍보
지난 21일 포고령 발표이후 언론장악에 나선 옐친은 의회 기관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지를 폐간했고 TV 등을 통해 포고령 선포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TV는 최고회의측의 주장을 묵살하고 지난 23일의 독립국가연합(CIS) 총사령부 습격사건을 부각시켜 의회의 「만행」으로 무고한 인명 2명이 희생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즈베스티야 등 친옐친 신문들도 연일 대통령의 결단과 러시아의 장래에 대해 논평을 하면서 옐친을 지지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옐친은 또 새의회의 상원인 연방평의회를 구성할 각 지방지도자들을 설득키 위해 특사를 파견,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 각 정당과 정치단체의 관심을 12월 총선으로 돌리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선거준비도 발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민주러시아 등 옐친 지지세력은 26일 대규모 시위를 통해 내외에 자신들의 세를 과시할 예정이다.
옐친의 이같은 조치와 행동을 보면서 과거 공산당이 구사했던 대국민선전 선동방법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언론의 장악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러시아 TV의 뉴스는 5공화국시대의 「땡전」 뉴스를 연상케 한다.
뉴스 시작과 함께 옐친의 동정과 각종 포고령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도 의회 소식은 『하스불라토프가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식으로 단신 처리한다.
1917년 10월 혁명후 총선을 통해 구성된 제헌의회에서 볼셰비키가 다수파를 형성하지 못하자 레닌이 무력으로 의회를 해산시켰던 역사가 현재 옐친의 고사작전에서 재현되고 있다.
○머리는 민주주의자
다른 점이라면 옐친은 무자비했던 공산당과는 달리 교묘할 정도로 「민주적인」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몸은 공산주의자이고 머리는 민주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동원해 「쿠데타적」 행위를 합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한 외교관은 이것이 바로 「러시아식 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정치대립과 경제난국속에 옐친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옐친의 선택이 과연 올바른지 여부는 역사가 판단할 몫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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