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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수습의 문도 열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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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수습의 문도 열자(사설)

입력
199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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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문을 하도 닫았다 열었다 하고 보니 이젠 누구나 짜증이 난다. 이런 국민적 불쾌감이 지금껏 엉거주춤해온 정부 당국에 뒤늦게나마 강경대처의 칼을 빼는 결단을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이런 즉효약이 또 없다. 우르르 멋대로 문을 닫았던 약국들이 휴업결의를 거두고 하루만에 황급히 문을 열었다. 우선 다행스럽긴 하지만 뒷맛이 너무나 쓰다.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뜨거운 맛」을 봐야 비로소 제정신을 차리는 이같은 우매함과 낭비에 벗어날 것인가.전국 약사들의 일련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게 너무나 많다. 또 과거 휴업과 철회를 되풀이했을 때보다도 역풍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왜 그런지를 약사들 스스로가 이제는 깨달아 깊이 반성할 시점이다. 먼저 국민들이 왜 그처럼 크게 화를 냈는지 알아야 한다. 한의사들과 진흙탕 싸움을 줄기차게 벌여온 오랜 과거지사는 일단 불문한다해도 시민단체의 주선으로 어렵게 성사시킨 합의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을 국민들은 참을 수 없어 했던 것이다.

이런 국민적 반발이 결과적으로 궁지에 몰린 호랑이에 날개 달아준 결과도 빚었다. 명분과 지지를 얻은 정부로서야 마음놓고 강경한 공권력을 사용,뜻대로 문제를 이끌 길이 열린 셈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한때 공감을 얻기도 했던 약사들의 명분과 주장도 퇴색되거나 기반을 잃게 되기가 십상이다. 우리는 차분한 이성보다 격한 감정을 앞세우는 집단이기주의나 중우주의가 걷는 길의 한 전형을 이번의 돌연 휴업과 철회소동을 통해 생생히 목격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동은 여러모로 교훈적이다.

첫째는 철저한 직업윤리와 이성의 회복이 현실적으로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이다. 무슨 요구이건 자기 한계를 지키며 내놔야 비로소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판부터 깨고 보자는 과격한 집단이기의 발동은 요구의 성사를 오히려 어렵게 할뿐 아니라 배척과 힘에 의한 굴종을 강요당할 위협마저 안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우리 사회가 열병처럼 앓아온게 「무능·불공정­과격한 집단이기 반응­물리력 동원과 적당한 수습」의 악순환이었는데,그런 일처리로는 앞으로도 그런 파동이 재연될 수가 있다.

이제야말로 상처만 남긴채 문제해결은 가닥조차 잡지못한 이번 파동을 모두가 허심탄회한 마음과 냉철한 이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국이 일단 문을 연 이상 불필요한 앙금이나 배척감정도 거둬야 한다. 우리는 이제 「시작보다 끝마무리가 더욱 확실한 사회」로 가는 길목을 약사·한의사들과 함께 현명하게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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