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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박물관 건립성금(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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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박물관 건립성금(장명수칼럼)

입력
199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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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물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구 일본 총독부건물 철거시기를 둘러싸고 가는 곳마다 논쟁이 일고 있다. 그 건물을 헐어버리고 국립박물관을 새로 짓자는 것에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으나,새 박물관을 먼저 지을 것이냐,구 총독부건물을 먼저 헐어버릴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새 박물관을 먼저 짓고 박물관 소장품들을 옮긴후 구 총독부건물을 철거하자는 것인데,칼럼에서 그런 내용을 다룬 날은 독자들의 전화받기에 바빴다.

『구 총독부건물은 즉각 철거해야 한다. 유물을 한번 더 옮기는 수고를 덜자고 새 박물관을 지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은 헐지말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을 때 헐지 않으면 결국 못헐게 된다』

『수만점의 문화재를 임시장소에 보관하면서까지 철거를 서두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광복후 반세기동안 헐지 않았던 건물을 몇년 더 둔다고 민족정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문화재를 가정집 이삿짐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선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후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대부분 이야기를 하다가 격해진다. 「친일파」 「문화재의 문자도 모르는 무식한 주장」 「만사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반대자들」 「대통령 눈치나 보는 전문가들」 등 공격이 쏟아진다. 그래서 독자들의 전화를 받는동안 그 문제가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임을 거듭 실감하게 된다.

교수들과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도 선 철거·후 철거론이 맞서고 있다. 각기 서명운동을 하다가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단 이 문제가 공개적인 토론의 마당으로 나왔다는 것은 잘된 일이다.

선 철거·후 철거론은 한·약 분규처럼 집단이기주의적인 싸움이 아니다. 우선 양측은 구 총독부건물을 헐어버리자는 원칙에 찬성하고 있고,유물을 옮기고 보존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친일파」도 아니고 「문화재의 문자로 모르는 무식한 사람」도 아니다. 선 철거론자들이 문화재 취급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건물부터 헐어버리자고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김영삼대통령의 임기중에 그 치욕적인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면 다음 대통령으로 넘어가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 철거·후 철거론은 대립개념이 아니므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서로 보완하여 앞으로 나가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그 누구가 되든 결코 철거결정을 되돌릴 수 없도록,국민적 합의와 김영삼대통령의 결단이 이끄는 쌍두마차가 하루 빨리 출발하여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문화체육부는 새 박물관의 터를 잡고,설계를 공모하여 새 박물관 건립사업을 서두르는 한편 선 철거·후 철거론이 합의점을 찾도록 공청회 등을 열어야 한다.

국민성금 모금도 이왕이면 「구 총독부건물 철거성금」이 아니고 「구 총독부 철거와 새 박물관 건립을 위한 성금」으로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 주무부서인 문체부의 침묵이 너무 길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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