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뿔 고치려다 소 잡지말아야” 미묘한 언급지난 4월 재산공개 파동끝에 「격화소양」(가죽신을 신고 바닥을 긁는다)이란 말을 남기고 국회의장직을 버렸던 박준규 전 의장이 24일 저녁 외유 5개월만에 귀국했다. 박 전 의장은 『10㎏을 뺐다』는 자신의 말처럼 다소 마른 얼굴이었지만 출국 때보다 훨씬 여유있고 밝은 표정으로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20여분간의 기자회견동안 박 전 의장은 『수양만 했다』 『국내일은 잘 모른다』고 시종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실명제에 대해 현역 정치인 못지 않은 사견을 제시하는 등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관심을 채 버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또 자신의 정치적 「사망」의 계기를 마련해준 김영삼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았음을 말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박 전 의장은 먼저 외유기간의 심경을 묻자 『5·16,5·17때 이미 수년간 논 경험이 있다. 초조하게 생각하면 나라와 개인에게 모두 도움이 안된다』며 여유를 과시했다. 그는 외유도중 의원직을 버렸던 이유를 『현 정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뒀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의장직 사퇴때와 지금의 심경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민주주의는 지루하지만 이해심과 인내심을 갖고 넓은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명쾌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교각살우」(소뿔을 고치려다 소잡는다)의 우를 범하게 된다』고 덧붙여 여권 핵심부의 개혁추진 속도 등과 관련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박 전 의장은 그러나 김 대통령과의 감정문제에 대해서는 『내 나이쯤 되면 감정이 없다. 이미 많은 일을 겪었다. 그 당시에는 감정이 있을지 모르나 모두 삭였다. 다 잘되기를 바랄뿐』이라며 체념적인 웃음을 보였다. 이른바 「대구정서」가 화제에 오르자 『뭘 내가 영향을 미쳤겠느냐. 노코멘트』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앞으로 감정이 정리되면 회고록도 쓸 것이고 여러 사람들에게 신세도 갚아야겠다』며 향후 활동에 의욕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치개혁 여부에 대해서는 『고담준론이나 해야지 국회에 다시 앉아있는 것은 안하겠다. 젊은 사람이 나와야지』라며 정계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