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보완조치」하면 내용이 미흡하고 시기적으로 늦기 쉽다. 이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금융실명제 제2차 보완조치는 「보완조치」가 갖기 쉬운 이러한 취약점을 배제하고 있어 금융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김영삼대통령은 21일 국정연설에서 『실명제는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천명한바 있는데 실명제 제2차 보완조치는 바로 이것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금융실명제가 8월12일 전격 단행된뒤 가·차명의 실명전환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왔던 것은 정부의 『과거를 묻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실명화하는 가·차명계좌가 5천만원 이상인 것은 자금출처 조사대상이 되게 했고 또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인출금(순계기준)이 3천만원 이상인 것은 국세청에의 통보대상이 되게 했으며 3천달러 이상 해외송금 때도 역시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했다.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와 「국세청에의 통보」가 제도금융권안에 묶여있는 차·가명의 비실명계좌가 실명계좌로 전환하거나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있어 거쳐야할 관문이다. 「검은 돈」이 관문을 통과해 나갈 때 5천만원 이상의 고액계좌는 자금출처 조사에 의해 그동안 탈루했던 증여세,상속세,이자소득세 등을 추징당해 값비싼 통행료를 물게 돼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경제학자와 전문가 등은 거의 모두가 「검은 돈」의 양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금융실명제를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부단히 주장해왔던 것이다. 심지어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경실련도 이러한 주장에 앞장서왔다. 정부의 이번 실명제 제2차 보완조치는 실명제의 미래지향적 운영론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즉 탈루했던 세금을 내기만하면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완조치의 핵심인 「장기저리 실명등록채권」은 「검은 돈」에 대해서 자금출처를 묻지 않으면서 양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인데,10년 만기 일시 상환에다 금리가 1∼3%의 저리라는 불이익이 있다. 이러한 불이익이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경우에 지불하게 되는 상속세나 양도세액과 거의 비슷하므로 따지고 보면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비실명자에게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상속 또는 증여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또한 기업비자금의 실명화나 현금 3천만원 이상의 인출시에도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나,비실명 계좌의 실명전환시 자금출처 조사대상 하한선을 5천만원에서 2억원 등으로 올린 것도 금융실명제 운영방침의 변화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제도정착에 우선을 둬야 하는데 이번 보완조치가 그 지름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검은 돈」들도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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