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문제 합의안을 일방파기하고 24일부터 전면 휴업한다는 최후카드로 강경선회하며 스스로 벼랑끝에 선 약사회의 22일은 몰상식과 반지성을 드러낸 부끄러운 하루였다.밤 11시로 예정된 「한약조제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기전인 밤 10시께 약사회관에서 대구·경북 등 지방·청년약사 회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상총회는 집행부 성토와 즉각 전면 폐업요구 등으로 일관했다.
비대위가 2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릴 즈음 1층 서울시약사회 사무실에서는 비상총회에 참석했던 청년 약사 50여명이 정병표회장을 찾아내라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들 모조리 죽여버리겠어』 『우린 갈데까지 간 몸이야』 등 욕설을 퍼부으며 컴퓨터를 집어던지고 유리를 깨는 등 1시간동안 무법천지를 연출했다.
난동이 계속되자 임원들은 몰래 인근 제약회관 2층 회의실로 도피,향후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회의장 바깥에는 무전기를 든 10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하며 무언의 시위를 계속했다. 23일 새벽 1시께는 1백여명의 지방·청년 약사들이 몰려와 회의장을 에워싼채 『회의때문에 망했는데 무슨 회의냐,다시 전면폐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닫혀있는 회의장으로 난입했다.
고함과 욕설이 10여분간 계속된뒤 1시20분께 집행부는 이들의 감시속에서 24일부터 전면휴업에 들어간다고 굴욕적인 선언을 했다. 시도지부장들은 연행되다시피 양팔이 끼인채 약사회관으로 끌려가 전면휴업 방침을 회원들 앞에서 검증받는 수모를 당했다.
약사회관의 건물벽에 빽빽하게 들어찬 격한 표어에는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달 폐문은 10년 보장,두달 폐문은 20년 보장,석달 폐문은 30년 보장」결국 약사회는 여론을 무시한채 4천만의 건강을 담보로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논리로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제로섬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