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것인가. 금융실명제의 실명의무화 기간만료(10월12일)를 불과 20여일 남겨두고 정부는 사실상 최종적인 보완조치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하여 김영삼대통령의 21일 국정연설이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김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경제관련부문의 역점을 실명제 성공의 필요성에 뒀다. 우리뿐만 아니라 관·민 모두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실명제 당위성의 피력보다는 실명제 운영방향에 대한 언급이었다.김 대통령은 『실명제의 진정한 목적은 실명문화의 정착에 있습니다. 실명제는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실명자금의 비밀은 반드시 보장될 것입니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실명제 실시와 관련하여 「미래지향적 운영」을 극명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실명제 자금의 비밀보장』을 재천명한 것도 시사적이다. 대통령 자신이 말했듯이 국민 일부의 오해와 염려를 불식시키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주말쯤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실명제 보완대책(후속조치)에서 김 대통령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치 않아도 정부와 민자당은 23일 김종필대표와 황인성총리가 참석하는 고위당정 회의를 갖고 금융실명제 성과를 중간점검하고 경제활성화 대책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명제 보완조치에서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실명제의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검은 돈」을 산업자금 등으로 양성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문,방송 등 매스미디어 등에 나타난 견해는 실명제는 과거의 비리를 묻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양성화를 다짐받는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였다. 이들은 사회간접자본투자,중소기업 육성지원자금 등에 소요될 장기저리 특수채권을 발행,「검은 돈」이 산업자금화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소위 「당근책」이다. 그러나 이 채권을 무기명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유기명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당근론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무기명은 실명제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수용할 수는 없으나 유기명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내의 유기명 주창자들은 자금출처 조사를 상당히 유보한다면 유기명 채권이라하더라도 「검은 돈」의 산업자금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역시 이 유기명 채권발행이 「검은 돈」을 실명화로 이끌면서 산업자금으로 유도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행 실명제 긴급명령에 따라 실명화하는 5천만원 이상의 가·차명 등의 비실명계좌는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권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해도 「검은 돈」들은 믿으려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나 우려를 풀어주는데도 유기명 장기저리 채권발행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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