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위기 12월 총선으로 매듭알렉산드르 파노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22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의회해산은 현 정치 경제적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파노프 대사는 이날 러시아대사관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회견에서 러시아는 현재 소련연방의 붕괴후 새로운 국가체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국가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 3월 특별통치를 선언할 때에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를 해산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의회해산이라는 초강경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에 있다. 소련이 붕괴된후 새로운 러시아가 탄생했지만 그에 따른 적절한 국가통치체제가 완비되지 않았고 헌법마저 정비되어 있지 않다. 헌법체계 미비로 인한 행정기관과 입법기관의 끝없는 대립은 국가통치 및 행정체제를 마비시켰다. 이러한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새헌법을 마련하고 헌법의 정신에 의거,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첫걸음은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일이다. 오는 12월11∼12 양일간 입법기관의 구성원을 뽑는 총선과 그후 6개월내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대통령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가장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길이다. 그 전단계로 옐친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불가피한 조치로 본다.
루츠코이 부통령이 대통령임을 선언하고 최고회의측이 옐친 대통령을 탄핵하는 등 러시아 정국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는데 과연 12월 총선이 실시될 수 있는가.
▲12월 선거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의회해산 사태를 포함한 모든 정치경제적 비정상적인 상황이 12월 총선을 통해 해결되고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선을 통해 서로 국민적 지지와 법적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온 양세력중 누가 옳은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러시아의 앞날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조치를 사실상 친위 쿠데타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쿠데타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보려면 최소한 12월 총선이나 대통령선거와 같은 향후 민주적인 정치일정이 제시되지 않아야 한다. 반대세력도 합법적으로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회를 장악할 수 있고 대통령직까지 차지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방안보다 더 민주적인 방법이 있는가.
그렇지만 총선실시 자체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하지 않는가.
▲민주적인 절차는 곧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러시아에는 총선실시에 관한 법적 조항이 모호하다. 예컨대 누가 어떤 식으로 총선실시를 결정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명문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현 의회 의원들은 구 소련 치하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다.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의회가 해산되고 의원들은 야인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물론 러시아서도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다.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국가수반은 그 권한의 정당성보다 국가안보를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믿는다. 옐친은 모든 사람들에게 국민의 심판을 통해 새로운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또 지난 4월의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은 조기 총선을 지지했다. 기준이 모호했을 뿐이다.
러시아에는 이제 두사람의 대통령이 있다. 누가 진짜 대통령이라고 믿는가.
▲대통령은 옐친 한사람 밖에 없다. 91년 대통령 직접선거에서,또 지난 4월의 대통령 신임 국민투표에서 그는 러시아의 유일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최고회의측이 루츠코이를 대통령으로 선언한 것은 비민주적인 조치다. 앞으로 몇개월후면 합법적으로 대통령직에 오를 기회가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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