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7개월 치적 자신감/전진 위한 제도의식변화 강조김영삼대통령이 21일 취임후 첫 국회 국정연설에서 역설한 것은 개혁과 전진이다. 두가지 주제가 연설을 시종 꿰뚫고 있다.
이날 연설의 제목부터가 「변화와 개혁,그리고 전진」이다.
김 대통령은 『전진하면서 개혁하고 개혁하면서 전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대통령이 특히 「전진」을 유난히 강조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개혁이 비리들추기식 사정에만 치우친 것처럼 투영돼 과거지향적이란 비판이 일부 제기된 것을 다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과거를 청산하되 과거에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대해 화해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고 했다.
김 대통령 자신이 총체적 개혁의 중추요,핵심이라고 표현한 금융실명제와 관련해서도 『실명제는 미래지향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대목은 연설문 손질과정에서 맨마지막 순간에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미래를 향한 전진을 얼마나 강조하려했는지를 알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구해온 변화와 개혁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정비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김 대통령은 따라서 전진을 위해서도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내보였다.
우리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전진의 필연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동안의 개혁성과 설명에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다보니 7개월 치적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한 문민정부와 자신의 정통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 대통령의 책임아래 이루어진 변화와 개혁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자신감은 정치권 변화에 대한 강도높은 주문으로 표출됐다. 그는 정치가 달라지고,정당이 달라지고,국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평소의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 여러분의 자기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표적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엿보이게 한다.
대담한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날 연설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무거운 감을 주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김 대통령은 개혁을 통한 전진의 길에 가로놓인 과제로 남북문제와 경제회생을 들었다.
그는 『우리 모두 공동체의식으로 먼저 경제를 살리자』고 호소했다.
김 대통령은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으로 자기정비를 위한 노력이 각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앞으로는 전진만을 선언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진을 주창하면서도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통치철학을 바탕에 둔 총론적,원론적 입장피력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연설인데도 구체적 국정방향에 대한 설명과 제시가 없는데 대한 의문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이날 연설이 새해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이 아니고 말 그대로 국민을 향한 국정연설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권위주의시대 국회 경시의 상징이 돼버렸던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부활된 의미도 클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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