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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금수 빠르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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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금수 빠르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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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영세 제조업체들이 급격히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사채시장의 위축으로 돈꾸기가 전보다 어려운 것이 사업의 애로를 심화시켜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절박한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사활적인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국이다. 지난 6월 법무부에 자진신고한 불법취업 외국인들(2만5천5백33명)이 9월부터 12월 사이에 모두 출국토록 돼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6월까지 출국하게 돼있었던 취업자들인데 그나마 3개월내지 6개월간의 출국유예를 받았던 것이다. 이들이 이제 막상 떠나기 시작함에 따라 염색,기계,주물,금형,프레스,플라스틱 사출성형 등 영세개인 및 중소제조업체들이 공장폐쇄 여부의 갈림길에 서있다.서울 강서구에서 조그마한 플라스틱 사출성형 공장을 운영하는 L씨는 요즈음 잠을 잊고 있다.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9월말 떠난뒤에 공장을 돌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는 12명의 종업을 쓰고 있는데 관리자와 공장장 각 1명,노인 1명,장애인 1명,여자 4명,남자 4명 등이다. 남자 4명은 모두 방글라데시인들이다. 공장은 주 야 2교대로 움직이는데 이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주로 야근을 맡아준다. 이들이 사실상 공장의 주축이다. 이들은 근무한지가 이제는 1년4개월이나 되어 기술도 상당히 익혀 생산성이 한창 오르고 있다.

한달급여는 40만원선이다. 공장내에 있는 기숙사에서 집단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오직 돈을 더 벌어 본국에 송금하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또,일요일의 잔업을 자청하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노동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줘 계약물량을 적기에 납품할 수 있었다. 이들의 귀국에 대비해서 그동안 공원 모집광고를 냈으나 한사람도 응모해오지 않았다. 소위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업종이라고 해서다. L씨의 연간 외형금액은 2억5천만원내지 3억원이다. 영세하다. 그러나 이 규모가 전 중소기업의 약 60%를 차지한다. L씨는 진퇴양난이다. 공장을 문닫을 것이냐 아니면 법을 어기면서 외국 불법취업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할 것인가.

L씨와 같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영세 제조업체가 1만여개는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들 영세 제조업체에 대한 구제방안은 없다. 정부는 지난 5월20일 경제기획원,상공자원부,내무부,법무부,노동부 등 관계부처 회의에서 인력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 회의에서 자진신고 불법 외국인 2만5천여명에 대해서는 올해말까지 출국토록 했고 상공자원부장관의 추천을 받아 6월30일 이전에 입국한 외국인 연수생(근로자)에 대해서는 체류기간의 상한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조치해줬다. 이 소위 「외국인연수생」제는 정부가 인력수입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인데 상공자원부가 업계의 추천을 받아 1만명 한도내에서 연수추천하면,법무부가 이들에 대해 입국사증을 발급하여 정식으로 입국,기업책임아래 「연수」토록 하는 것이다.

입국목적이 「연수」로 돼있으나 짧은 소정의 연수기간이 끝난뒤에는 곧 바로 취업에 들어가므로 실질적으로는 「취업」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상공부가 소정기간(92년 6월∼93년 2월)에 추천한 인원은 9천9백38명이고 이중 7천91명이 입국사증을 받았고 현재 5천5백여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년에는 법적으로 따지자면 이들만 사실상 합법적인 외국인 취업집단이 되는 것이다. 외국인 취업문제에는 많은 문제가 따르고 또한 찬·반론이 팽팽하다. 그러나 지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등을 돌리기에는 수요가 너무나 많다. 우리 자신의 희생이 너무 크다. 수많은 영세 제조업체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때는 국제화시대. 노동시장도 신축성있게 제한적으로 개방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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