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몇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표제출에 앞서 경찰청 실·국장 회의에서 그가 말했듯이 『재산공개와 관련해 경찰내에서 물의가 빚어진데 책임을 통감』한 때문인지,그동안 경찰 내부에서 진행돼온 『개혁의 속도와 방법과 성과가 부족한데 대한 청장으로서의 개혁의지 미흡』을 스스로 인정해서 내린 결정인지를 아직은 잘 분간키 어렵다.겉으로 드러난 사퇴의 변과 형식은 순수한 자의처럼 보이지만,앞의 두요인이 겹쳤거나 그중에서도 특히 공개된 자신의 재산으로 인한 물의로 「외부의 뜻」을 따르게 된 것이 진짜이유인듯 하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김 경찰청장은 새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3월4일 제3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됐었다. 6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 경찰청장의 사퇴가 자의가 아닌 「외부의 뜻」에 의한 것이 확실하다면,앞으로 경찰에 대한 사정의 범위와 속도는 물론이고 위상정립에 대한 사의와 방향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리 전개될 것이라는 새로운 암시라 할 수 있다. 경찰 조직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기 때문에 김 경찰청장의 사퇴의미는 지대하다.
경찰은 새정부 출범이후 「윗물맑기」 자체사정을 통해 경정급 이상 간부 경찰관들의 금품수수·근무태만·지시명령위반 등 비위자 9백92명을 적발,1백77명을 면직하고 27명은 파면,60명은 해임,69명은 정직시켰고 6백57명을 감봉 또는 견책조치했다. 면직·파면·해임자중에는 고위직인 치안감과 경무관이 각각 1명씩 있고 경찰서장급인 총경이 17명이나 포함됐다.
그러나 이같은 적지않은 숫자의 간부직에 대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새 경찰상」은 국민들의 기대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감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또 재산공개를 계기로 경찰의 몇몇 고위직들은 직위를 노골적으로 이용해 재산을 축적한 혐의마저 짙어 지난 시절 「경찰의 흐린물」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때문에 국민들의 정서속에는 『경찰의 사정을 경찰 자체에 맡겨서 될까』하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이고,따라서 이번 김 청장의 전격 경질은 그러한 의구심을 씻고 새로운 「경찰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이제 경찰은 크게 달라져야 한다. 공권력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경찰은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개재될 소지가 가장 큰 공직이다. 「직」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으로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민주경찰,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직업관과 경찰 본연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신임 김화남 경찰청장은 이러한 중차대한 과업을 수행할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구태를 탈피하는 과감한 경찰 내부개혁을 속시원히 단행해야 한다. 더이상 「사정이 미흡하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사지 않는 경찰총수가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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