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실업률·저임금정책 “진저리”/급진경제 추진 「개혁정부」 불만19일 실시된 폴란드 총선에서 구 공산계 정당들이 다시 전면에 부상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자본주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 유권자들은 급진적인 경제개혁에 따른 고통분담을 감수하기보다는 개혁의 속도는 느릴지언정 당장에 느끼는 아픔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동구권국가중 가장 성공적으로 공산체제를 청산한 나라로 꼽혀온 폴란드가 리투아니아에 이어 2번째로 다시 공산계 득세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에 걸쳐 동유럽 전체를 휘몰아친 민주화 도미노의 바람은 89년 폴란드가 동구권 최초로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폴란드는 지난 몇년간 동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올해에만 4.5%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도 잡혔고 통화도 안정됐다. 또 폴란드 국민의 절반이상이 민간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외형적인 성장과 안정에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하지 못할뿐 아니라 급격한 경제정책 변화에서 오는 혼란과 부작용으로 정부를 불신하게 됐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체제에서 누렸던 사회보장제도가 무너진데 따른 국민 개개인의 고통이 컸다.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정책에도 진저리쳤다. 민간부문의 고용은 늘어났지만 국영공장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뺏겼고 농민들의 어려움도 커졌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구 공산계 정당들을 대안으로 택했다해서 이 나라가 다시 사회주의체제로 복귀하리라 보긴 어렵다. 공산계 정당들은 행운의 반전을 맞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읽고 있다.
이번 총선으로 제1당 부상이 유력시되는 민주좌파동맹(SLD) 지도자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는 『민주좌파동맹은 더 이상 공산당이 아니다』고 천명했다. 크바스니에프스키는 나아가 시장경제를 지지한다면서 경제개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노동자와 연금생활자를 중시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경제개혁을 추구하되 속도를 완화해 국민 일반의 고통을 줄이겠으며 개개인에게 당장 돌아가는 빵의 크기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뜻은 좋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많은 연금지급과 의료보험체계 강화,고용창출에는 돈이 든다. 필연적으로 인플레가 따르게 된다. 뿐 아니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정치적 안정확보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어느당도 25% 이상의 지리를 확보하지 못할게 뻔해 연정이 불가피하나 제2당으로 떠오른 폴란드 농민당과의 연정구성은 기대난망이란게 중론이다. 둘다 구 공산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정강부터 뚜렷이 엇갈린다. 민주좌파동맹이 노동자 최우선정책을 내걸고 있는데 반해 농민당은 당명에서 보듯 농민들을 위한 저리융자와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한나 수호츠카 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민주동맹과의 연정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동맹의 모체인 솔리대리티(자유노조)는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좌익정부를 저지할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폴란드 유권자들은 보다 쉬운,우회로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길 역시 험난하기는 매한가지인 것이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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