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을 파헤치는 도굴꾼의 범죄에 관해서는 들을 만큼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굴꾼들은 지금도 이 강산 어느 구석에선가 고분을 파헤치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우리는 지난 16일 서울지검에 구속된 두 도굴꾼의 예에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수자 한사람과 도망친 한사람을 포함해서 일당 4명은 전남 함평군에 있는 백제 후기의 고분을 「약탈」했다. 이들은 토기·백자·금동편·쇠로 만든 갑옷과 칼 등 모두 65점을 훔쳐,1점에 3백만원에서 2천만원씩 받고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함평군 「신덕고분」의 도굴이 특히 관심을 모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역사의 공백지대처럼 돼있는 백제후기의 무덤으로 추정되고,더구나 왕도와 떨어진 지방에 있는 무덤이라는 점이다. 백제 후기의 국가체제 구성에 중요한 단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이 고분이 둥근 봉분앞에 네모진 제단이 조성돼 있는 소위 「전방후원분」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첫째 이유도 중요하지만 둘째의 무덤양식은 특히 국민적인 관심거리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전방후원분」은 고대 일본의 독특한 무덤양식이라고 일본이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방후원분」이 전남의 영산강 유역에 있다는 사실이 우리 학계에 인식되면서,고대 일본의 지배층이 한반도와 관련돼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파악돼왔다. 지난 83년 강인구교수(정신문화연구원)는 남한에서 20여기의 전방후원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었다.
결국 우리는 입으로는 역사의 뿌리를 강조하면서,그것을 증명하는 실물은 지키지 못하는 한심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전방후원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관심을 끈다면 어리석다는 핀잔을 받을 것이다. 도굴이 어려운 적석구조의 신라고분을 제외하고,백제·가야의 고분은 거의 빈 껍데기만 남은 꼴이다. 고려나 연대가 올라가는 조선시대의 고분도 무사한 무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널려있는 사찰은 많건 적건 문화재를 지닌 박물관이다. 각 문중의 제실이나 서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따진다면 우리는 세계에서도 몇손가락안에 들 만큼 많은 문화재속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관리·보존은 허술한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도 역시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방비를 위해,우선 경찰조직안에 전담부서를 확대,정비하는 것이 급하다.
외국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문화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부의 인식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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