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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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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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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대영박물관을 「영국의 긍지」로 여긴다. 1753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세계사」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서양의 중요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과거 식민지시대에 약탈해온 것임은 잘 알려진 얘기다. ◆1983년 봄 영국정부는 아연 긴장했다. 그리스 새 민선정부의 과학문화장관이 된 유명한 여우 멜리나 메르쿠리가 런던에 와서 『훔쳐간 파르테논신전의 대리석 조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조각은 1801년 터키 주재 영국 대사인 에르진경이 그리스를 점령한 터키측의 양해하에 「전화에서 유물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신전의 기둥 여러개를 잘라 본국으로 갖고 갔던 것이다. ◆이집트 역시 고대왕들의 미이라를 돌려달라고 하자 영국은 숱한 문화재 약탈에 대한 따가운 국제여론을 의식,고심끝에 『그래도 영국에 가져왔으니 보존된 것 아니냐』 『돌려주기 시작하면 선례가 되어 대영박물관은 빈집이 될 것』이라며 거절했다. ◆1866년 프랑스군이 강화도의 외규장각에서 훔쳐간 수백건의 귀중한 고서를 미테랑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반환의 뜻을 전해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선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권을 반환하는데 있어 이를 갖고온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여직원이 한때 울면서 줄 수 없다고 버텼고 귀국후 반환에 항의,사직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심경은 매우 착잡하다. 그들이 귀중한 고문서를 아끼고 또 직무에 충실한 것은 칭찬할만하지만 이 책들이 무력으로 탈취해간 지국의 재보라는 사실을 아는지 궁금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고서들을 되돌려받기가 미테랑의 정치적 선심과는 달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정치적 제스처에 흥분,만족하지 말고 프랑스의 의중이 변하기전에 즉각 반환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한번 손에 넣으면 호락호락 돌려주지 않았던 왕년의 제국주의적 근성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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