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부동산·금융 3관문 통과해야/은폐·누락 드러나면 법적 심판 받아민자당의 재산공개 처리가 일단락됐음에도 의원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국회 윤리위의 실사라는 2차 고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자체 조치를 남의 일처럼 지켜보기만 하던 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이제는 우리 차례』라며 긴장하고 있다. 민자당 의원들중에도 징계를 받은 의원들은 또 다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징계선에서 오락가락하다 구제된 의원들은 문제가 되살아날까봐 공직자윤리법을 열심히 뒤적이고 있다. 특히 「캥긴 곳」이 있음에도 들키지 않은 의원들은 조마조마의 정도가 클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인원도,실사수단도 없는 마당에 윤리위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윤리위가 은폐·누락이나 허위신고 여부만을 조사할 수 있을뿐 부정축재·투기혐의 등을 재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법해석이 일부의 안도감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위의 실사는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고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자체 정비보다 훨씬 압박감이 크다는게 의원들의 중론이다. 물론 성실신고를 한 의원들은 논외이지만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누락·은폐혐의가 드러난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실사의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윤리위의 한 위원은 『조사에서 은폐·누락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엄청난 파문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민자당처럼 축소조정이 있을 수도,할 수도 없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의원들의 공개재산이 「이상무」 판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윤리위의 세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관문은 오는 10월초까지 진행되는 서류심사이다. 윤리위는 관련부처로부터 부동산 자료가 올 때까지 재산등록서류와 공개서류,증빙자료를 대조한다. 윤리위는 공개직전 상당수 의원들에게 서류보완을 지시했기 때문에 1차 서류심사에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번째 관문인 부동산 실사에서는 상당수 의원들이 「위법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윤리위는 지난 14일 의원,1급 이상 국회 사무처 간부,그리고 공개대상이 된 직계존비속 등 모두 1천4백여명에 대한 부동산 실사를 위해 내무부에 토지소유 현황,건설부에 주택자료,국제청에 상가·오피스텔 자료를 요구했다. 관련부처는 20일 이내에 자료를 보내도록 돼있어 늦어도 10월4일부터는 실사가 시작된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부동산 자료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 명의신탁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위법사례는 걸러지게 돼있다. 때문에 문제의원은 이 관문을 통과하기가 우선 어렵다.
민자당의 자체 조사과정에서 부동산 문제로 징계받은 의원들은 일차적인 조사대상이 된다. 정치적 고려로 징계를 면한 민자당 의원들이 윤리위의 그물망에 걸릴 수 있고 야당에서도 문제의원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마지막 관문인 금융자산 실사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금융실명제가 재산등록 이후에 실시됐기 때문에 『예금이야 설마…』라며 적당히 신고한 의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의원의 경우 지구당관리 의정활동 품위유지를 위해 항상 상당한 현금이 필요한데도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은 의원이 많다는 사실은 금융자산 실사의 폭발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실명제 긴급명령의 비밀보장 조항으로 조사가 가능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윤리위는 긴급명령에 비밀보장의 예외로 재산공개 대상자를 적시하고 있어 「본인의 동의없이」 금융기관에 자료를 요구할 예정이나 긴급명령의 4조 2항 「특정점포에만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쳐 있다. 재무부나 은행감독원이 내부적으로 특정점포를 지점으로 해석하고 있어 윤리위는 2만5천개의 지점에 자료요구를 해야 하는 처지이다. 만약 윤리위가 금융기관의 본점에 일괄해서 자료를 요구하면 재무부 등은 이를 거부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자산 실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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