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일 입법예고할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안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세가지다.첫째 소위 「관계기관대책회의」라는 것의 소집근거가 됐던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함으로써 안기부의 「우월적 지위」를 하향조정한 점과 둘째 안기부 직원의 정치활동 금지 및 처벌규정을 신설하여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화한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국회법에 따라 설치된 국회 정보위로 하여금 안기부의 직무수행과 예산을 통제하도록 한 점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이 개정안에 대해 안기부 직원의 정치활동 금지규정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수사권과 보안감사권을 존속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큰 진전이 없는 개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역대정권의 안기부장은 권위주의적인 통치권자들의 심복으로서 체제수호에 앞장서온 인물들이었으며,안기부 역시 본연의 임무인 대공사찰에 힘쓰기보다 정권안보를 위한 야당 탄압에 더 열을 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안기부가 체제유지 차원에서 정부 정책을 주도하는데 이용했던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하고 안기부 요원들의 정치개입을 금지토록 규정한 것은 이제 안기부가 「공작정치」의 본산이란 오명을 씻고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중요한 결단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안기부가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국가안보와 대공업무는 물론 대테러,마약 등 해외정보수집에도 업무영역을 넓히는 것은 탈냉전이후의 시대적 조류에도 맞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난 3월 이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은 수사권의 폐지와 보안감사권의 이전,그리고 예산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실질심사 등을 통해 안기부가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이념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의 전폐는 받아들일 수 없다하더라도,수사권 범위의 부분조정과 보안감사권의 이전 등에 대해서는 여야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안기부가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국회와 감사원의 자료제출 및 증언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밀의 한계를 더욱 명백히 규정할 필요를 제기한다고 하겠으나,기밀에 관한 판단의 주체를 안기부로 규정한 것은 국회의 통제권을 유명무실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치적 중립을 완벽하게 성취하는 것과 함께 안기부가 반드시 개혁해야 할 일은 수사권의 남용을 철저히 막는 것이다. 안기부의 수사권은 간첩 및 그에 관련된 죄로 엄격히 제한돼야 하며,다시는 이 땅에 안기부에 의한 인권탄압 사례가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 정보위원회가 안기부의 운영과 예산집행에 실질적인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안기부의 개혁과 개편은 당리당략의 차원을 떠난 것이라야 한다. 안기부법 개정이 문민시대의 개혁을 증거하는 것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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