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안보업무 포기선언/인권보장장치 새로 마련정부가 마련한 안기부법 개정안이 20일 입법예고된다. 민자당과의 협의를 거쳐 성안된 이 개정안은 새정부 출범이후 안기부 스스로 펴온 개혁작업의 제도적 성과물이다.
6공 당시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숱한 개혁차원의 법률개정이 있었지만 안기부법 개정 만큼은 야당의 줄기찬 요구에도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내용에 앞서 개정자체가 시대적 변화를 실감케 한다.
물론 이 개정안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민주당이 강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앞으로의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부 출범초만 하더라도 『그간의 문제는 법이 아니라 운용상의 결함이었다』며 법개정에 소극적이었던 안기부가 정치관여금지·정보조정협의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만든 것은 거의 전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취임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와 같은 정보기관의 공작정치는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혀왔다.
안기부가 법개정의 취지를 살려 실제로도 과거의 어두운 모습을 떨치고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환골탈태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개정안엔 관심을 끄는 조항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직원들에 대해 정치관여를 금지한 조항의 신설이다. 지금까진 안기부장,차장,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서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는 정권안보차원의 업무에서 손을 떼고 국가안보,해외정보수집,대공업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고 있다.
금지되는 정치활동의 범위는 국가공무원법 65조에 따르도록 돼있다. 65조엔 정당·정치단체의 결성 및 가입금지,선거운동금지,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행위의 보상·보복 등의 금지가 명시돼 있다.
흔히 관계기관 대책회의로 불렸던 정보조정협의회의 폐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권인숙양 성고문사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그간 주요정치,시국사건이 생길 때마다 열려 공안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밀실통치의 표본으로 비난받아왔다.
정보조정협의회는 현행법 13조에 따라 국가정보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81년 3월에 안기부안에 설치됐다.
안기부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외무 내무 법무 국방 공보처장관과 사안에 따라 노동 교육부장관 등 10명 이내의 위원들이 매년 1,7월에 정기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국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임시회의가 열렸다.
정보조정협의회는 그간 안기부가 타부처를 통제하고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인 장치로 악용돼왔다.
이밖에 권한남용의 통제장치로 안기부는 「인신구속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신설규정을 마련했다. 안기부는 이 규정으로 변호인 접견권 등의 인권보장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국회 통제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국회에 신설되는 정보위원회가 안기부의 업무,예산을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안기부는 이번에 본연의 기능강화를 위해 기존 업무영역에다 방첩,대테러,국제조직범죄 관련 정보수집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정치권 및 정치인 상대의 정보수집 폐지,타기관에 대한 보안감사권의 철폐,국가보안법 사범에 대한 수사권의 포기,국회감독권 강화,예산공개 등을 내세우며 이번 개정안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따러서 이 개정안이 앞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손질되어질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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