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상오 서울 모호텔에서는 뭔가 「구색」이 맞지 않는 당정 인사들의 조찬회동이 있었다. 참석자는 당측에서 대구지역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전원과 정부측에서 이경식 경제부총리 이계익 교통부장관 박유광 고속철도공단 이사장 등. 이들은 이 모임을 「당정회의」라고 주장했다. 당정의 인사가 모였고 특히 정부측에서 경제총수가 직접 참여한 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좀더 속을 들여다보면 이날 회동이 상식에 어긋난 집단·지역이기주의적인 자리임이 금방 드러난다.우선 회의내용을 보자. 『경부고속철도를 지상으로 건설한다면 대구가 남북으로 갈라진다. 예산절감도 좋지만 시민의 반대를 감안하면 인적·물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 당측 사람들의 주장이었다. 다음은 정부측 차례. 『프랑스측의 말을 들어보면 고속철도는 무성영화를 보는 것처럼 조용하다고 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입장이 그렇다면 여러가지 측면을 놓고 다시한번 심사숙고하겠다』 1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나온 얘기는 경부고속철도 대구구간의 지상건설 문제 뿐이었다.
대구시민의 입장에서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정책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좀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대구지역 민원중 하나」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대구 의원들의 관심사항일지는 몰라도 민자당 전체가 발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또 대구뿐만이 아니라 대전 서울 등 다른 도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차원의 정책사안을 가지고 지구당 위원장들이 집단으로 경제부총리를 불러 회의를 가진 선례도 드물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날 회동을 바라보는 당안팎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비판적이다. 한 당직자는 「TK 실세」 현실에 빗대,『대구의원들이 경제부총리를 호출해 낼 정도로 무리를 저지르는 걸 보니 「권력의 금단현상」에 빠져있는 모양』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당직자는 이 부총리의 관례에 없는 회의참석을 지적,『다른지역 위원장들이 요청해도 오겠느냐』며 이 부총리의 지역적 배경(TK출신)을 거론했다.
이날 모임에서 새삼 부각된 것은 「성골」의 지위를 누렸던 과거 정권아래서의 잔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의원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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