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비자금·사채업자 추정/수십억·수억짜리는 100여개 달해거액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시작됐다.
2백억원대의 가명예금이 최근 제2금융권에서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실명제 실시이후 현재까지 나타난 실명전환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또 1백30억원대 가명계좌 예금주가 지난 주말 역시 2금융권에서 자기이름으로 실명전환해 전액 현찰로 찾아갔으며 은행권에서도 각각 1백억원 정도씩 예치돼 있는 두개의 차명계좌가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십억원,수억원대 비실명예금의 실명전환이 줄을 잇고 있는 등 지하 검은 자금의 양성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들 수백억원대 실명전환 예금주의 신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재벌그룹 비자금 관리자이거나 사채업자 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기관 창구직원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반번 치러야할 홍역인데 이번 기회에 면죄부를 받아 앞으로는 떳떳하게 살겠다』며 당당하게 자기이름으로 실명전환하는 거액 예금주들이 최근들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큰 손들이 아직까지도 정부가 후속 보완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일절 행동을 자제하면서 관망하고 있지만 일부 큰 손들은 서서히 실명전환을 개시,숨겨진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2백억원대의 실명전환은 지난주초 제2금융권인 A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는 가명이었고 예금상품은 주로 CD(양도성예금증서)이었으며 본인이 직접 A사에 찾아와 실명전환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는 예금규모가 2백억원대로 엄청난 점에 미루어 이 돈이 재벌급 기업의 비자금 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금주는 기업 소유주이거나 오너의 심복 자금관리인 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2금융권의 다른 B금융기관에서는 지난 주말 1백30억원대의 가명계좌 예금주가 역시 자기이름으로 실명 전환,전액 현찰로 인출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금주는 명동가의 유명한 사채업자로 『그동안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어느 정도는 출처를 댈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1일에는 은행권에서 1백억원대씩 들어있는 두개의 차명계좌가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시중은행에는 행별로 수십억원대의 실명전환 계좌가 한두건씩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손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자업계에서는 10억원 내외의 실명전환 계좌가 1백개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에 의하면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단자 신용금고 등 주요 금융기관에서 비실명을 실명으로 전환한 계좌는 14일 현재 39만1천5백개에 잔액은 2조2천9백83억5천만원이었다. 가명의 실명전환은 25만9천6백개에 9천6백55억9천만원,차명의 실명전환은 13만1천9백개에 1조3천3백27억6천만원으로 이들 금융기관의 전체 예금액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계는 실명전환 마감일(10월12일)이 다가올 수록 세금 낼것 내고 앞으로는 떳떳이 살겠다는 큰 손들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기관 창구직원들은 실명제 초기만해도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하는 큰 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괜히 편법을 썼다가 나중에 망신당하느니 자수하고 속편히 살겠다』는 거액 예금주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는 이같이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실명전환 자금규모가 사채시장에서의 덤핑매각 등 변칙과 편법으로 끝까지 실명제를 피해가려는 지하자금 규모와 엇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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